적자심화에 시달리는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총액계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총액계약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온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장을 선회하고 있어 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1조3,000억원가량의 당기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이 오는 2012년부터 전체 누적액도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립금 2조2,586억원은 올해 말 1조원 이하로 떨어지고 내년부터 5,000억원가량의 당기적자로 2012년 말에는 전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 더 늦기 전에 재정건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건보재정안정화 방안 중 총액계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총액계약제는 재정지출 한도를 미리 정해놓고 각 의료기관에 급여비를 지급하는 사전지불제도로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재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가 지급되는 행위별 수가제에 비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만ㆍ독일 등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이 총액계약제의 필요성을 언급할 때만 해도 병의원단체와 의사ㆍ약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복지부도 공단의 목소리에 당혹해 했고 지난 3월 공단이 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정부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정부의 입장은 채 1년도 되지 않아 급변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이 10월 국정감사에서 "총액계약제 도입(필요성)에 동감한다"고 한 데 이어 고경석 건강보험정책관도 이달 초 "내년에 총액계약제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달 말부터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재차 필요성을 언급했다. 진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벨기에도 처음에는 (의사들이) 반대하다가 나아졌다"며 도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불제도 개편이나 총액계약제 같은 용어는 금기시될 정도였지만 이제는 정부가 스스로 언급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화두가 던져진 만큼 방법과 시기의 문제일 뿐 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