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토피아/3월호] TV폰 獨월드컵에 승부건다

한국 DMB기술 노키아·美 퀄컴 등과 시장선점 불꽃경쟁

위성DMB의 WBC 경기 시청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모바일TV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6월 독일 월드컵이 분기점이다.” 세계 이동통신서비스 및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6월 9일부터 한 달간 한달간 독일에서 열리는 ‘2006 FIFA 월드컵’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바일TV가 올해부터 세계시장에서 활짝 ‘꽃’을 피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TV폰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핵심 컨텐츠로 월드컵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휴대폰을 이용해 모바일TV를 시청할 수 있는 기술은 한국의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핀란드 노키아가 주도하는 ‘DVB-H’, 미국 퀄컴의 ‘미디어플로(MEDIAFlo)’ 등 세 가지. 이들 기술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의 지상파 DMB는 가장 먼저 상용화에 들어간 탓에 비교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1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 일단 기선을 제압한 셈이다. DVB-H와 미디어 플로 역시 DMB에 뒤질세라 연내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시장 등 자신들의 ‘텃밭’을 DMB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TV폰은 유럽이 최대의 격전지다. 유럽의 경우 인구밀집지역이 많아 휴대폰 문화가 한국과 유사하다. 게다가 축구는 곧 생활이자 문화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의 휴대폰업체인 노키아의 세력권인 유럽시장에 파고들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축구를 선택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스포츠와 IT.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전세계 TV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대형 스포츠가 기술발전 및 대중화를 견인해 왔다. 흑백TV는 물론 컬러TV나 고화질TV(HDTV) 등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래서 2006년 월드컵은 전세계 TV폰 제조업체로서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쟁터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이미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을 통해 독일 월드컵을 현지에서 생중계하기로 독일 바이에른주와 계약을 체결했다. 집에서 TV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을 대거 TV폰 수요자로 끌어들임으로써 TV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입증됐다. 지난 14일 치러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한국 대(對) 미국 전은 KBSㆍMBC 등 전통적인 가정용 지상파TV 대신 위성 DMB와 인터넷을 통해 방송됐지만 그 누구도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정에서 시청하기 어려운 낮 시간대에 벌어지는 각종 스포츠경기는 TV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뉴미디어들이 대개 ‘이동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수시로 열리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뉴미디어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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