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硏 소비트렌드 분석히트상품 동질화 급진전… DVD플레이어등 '동시인기'
우리나라와 일본의 히트상품이 비슷해지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첨단ㆍ정보기술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소비 트렌드도 국가간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4일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조사한 '한ㆍ일 히트상품과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초반까지도 일본 히트상품을 베끼는 데 주력하던 국내업체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동시에 히트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히트상품 창출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등 한정된 국내시장을 넘어선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한일 동시유행 추세
최근 한일 양국의 히트상품 동질화는 급진전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DVD플레이어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히트한 상품. '스타벅스' 등 속속 등장하는 커피전문점의 국내 인기도 일본 못지않다.
이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소득격차와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해 다수의 일본 히트상품이 국내에 먹혀들지 않았던 것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92년 일본에서 우롱차가 콜라를 제치고 음료시장에서 2위로 오르자 한국 음료업체들이 줄줄이 우롱차를 출시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었다.
시장수용력에 뚜렷한 격차가 존재했던 것. 당시 국내업체들은 국내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일본 히트상품을 통해 한국의 미래 소비 트렌드를 읽고 제품뿐 아니라 광고ㆍ홍보기법까지 일본 방식과 이미지를 모방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는 2년 이하의 히트 시차를 보이거나 동시 혹은 앞서 히트하는 상품도 생기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한국(95년)과 일본(96년)의 히트 시차는 1년이지만 이동통신이 유선전화 가입자수를 추월한 시기는 오히려 한국(99년)이 일본(2000년)보다 1년 앞섰다.
지난해 한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장난감 팽이 '탑블레이드' 역시 일본에서 '베이블레드'라는 이름으로 히트했다.
◆ 7대 글로벌 소비 트렌드
나라별 히트상품에는 차이가 있지만 각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한일 히트상품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비 트렌드 7가지를 추려냈다.
우선 ▲ 국경을 넘어서 국내와 동시에 히트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정수기ㆍ킥보드) ▲ 기술력으로 '진화(업그레이드)'된 상품이 연속적으로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하며(쏘나타ㆍ애니콜) ▲ 영상물ㆍ음반ㆍ서비스ㆍ인물 등 소프트상품(영화 '친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 여성시장을 겨냥한 상품이 대거 등장하고(노화방지용 화장품, 여성전용카드) ▲ ▦전국민적인 상품보다 기호ㆍ취미에 따라 세분화된 소비층을 공략하거나(햇반ㆍ아침햇살) ▲ 불황ㆍ제도변경 등 특수상황에서 출연하는 상품과 함께(염가 소고기덮밥, 핸즈프리) ▲ 안전ㆍ건강ㆍ환경지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유산균 요구르트, 무설탕식품)이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기업의 대응방안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확대전략을 구사하기보다 해외에 존재하는 동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시장동조화 추세에 맞춰 국내 히트상품을 국제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삼성ㆍLG의 휴대폰은 미국과 중국에서 2년 연속 히트상품으로 선정될 만큼 국내의 성공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롯데 초코파이나 스카치블루 역시 국내 히트에 이어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 공략은 문화적 차이를 고려, 정교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최 연구원은 지적한다. 외국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을 파악해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브랜드 등 무형자산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가격ㆍ품질 우위를 넘어서 브랜드ㆍ디자인ㆍ첨단기술에서 일류가 되지 못하면 인정받기 힘들다.
전사적 차원에서 우수인력을 차출하고 다기능팀을 구성해 국내 히트상품의 해외 성공사례를 분석하고 국내외 시장동향을 민감하게 잡아내는 등 글로벌 히트상품의 개발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