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 “정부간섭 줄이고 인적자본 육성을”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비전과 전략 23일부터 이틀간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ㆍ육성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달성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회의는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Megatrend)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주력기간산업 ▲미래유망산업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노동시장의 경직 등 내부적인 문제로 성장잠재력이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앞으로 10년간 한국경제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전망 및 타당성을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국내산업의 경쟁력 ▲부가가치창출 잠재력 ▲세계수요 전망 등을 바탕으로 텔레매틱스 등 60개품목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첫날 회의에서는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와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주제로 두 개 세션에 대한 주제 발표 및 토론이 이뤄졌다. 제1세션에서 존 나이스빗 중국 난징대학 교수는 정부간섭축소 및 인적자본육성이 경제발전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 소르망 프랑스 소르망사 사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문화적 부가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제2세션에서 장-끌로드 베르텔레미 파리1대학교수는 경제의 다양성 추구 및 같은 산업내에서의 무역활성화를 성장요건으로 꼽았고, 요시오 니시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나노기술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1,2 세션 주제 발표 및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제1세션 :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 존 나이스빗(Jhon Naisbitt) 중국 난징대학교수 경제활동이 보다 활발해지려면 정부 간섭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개입이 배제된 채 경제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면 문제점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능력도 강화된다. 경제운용도 자연을 모방할 필요가 있다. 자연은 스스로 움직이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시정한다. 따라서 정부 간섭을 축소시켜 경제가 자연처럼 활력을 띄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간섭축소의 대표적 사례는 민영화다. 민영화란 정부로서는 굳은 의지와 책임을 요구하는 힘든 작업이나 민영화에 따른 장기적인 이익이 이런 단기적인 고통보다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독점이 민간독점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경쟁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 경제가 자연처럼 활기를 띄려면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한편 인적자본을 축적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가들이 상향식(bottom-up)방식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냄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이 고양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과제다. 인적자본육성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인적자본의 질과 양은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에서도 교육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순한 기술교육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인성교육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적자본확충을 위해 해외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는 무역과 투자 뿐만 아니라 정보와 이민의 흐름도 원활히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해외투자와 함께 해외인재를 유치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자유경쟁시대에서 성공 여부는 인적자원, 기업가정신, 해외인재에 대한 개방성 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밖에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는 노력도 전개돼야 한다. 지금은 트레이드마크(trademark)에서 트러스트마크(trustmark)로 이행하는 시대다. 단순히 어떤 업체가 생산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트레이드마크로는 기업의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제품 및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과 감정을 담고있는 `트러스트마크`가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다. ◆기 소르망(Guy Sorman) 소르망사 사장 세계화 시대에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런 경쟁을 성공적으로 이겨내 왔다. 하지만 올들어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발생하면서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사스같은 돌발변수는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유연성을 높이려면 교육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투자 및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교육투자 및 연구와 함께 문화적 부가가치를 키우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상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의 상품화, 나아가 수출을 위해서는 그것이 살아 있어야 하고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세련미가 높은 일본 또는 프랑스 상품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것도 이런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도 `Made in Korea`라는 매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문화적 자산을 육성해야 하며, 한국의 문화를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한국 문화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통할 수 있는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문화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가운데 문화의 상품화 및 수출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전통문화가 지나치게 훼손됐고,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문화는 너무 이국적이다. 한국은 이제 문화의 상품화, 수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나 기업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예술가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문화를 창조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에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해외수출을 지원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관광산업을 진흥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만약 외국관광객이 한국여행에 만족했다면 잠재적인 한국상품 고객이 될 수 있고, 한국상품을 주위에 홍보하는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세션 :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장 끌로드(Jean-Claude Berthelemy) 파리1대학 교수 한국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특정산업에만을 집중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무역패턴도 같은 산업 내에서의 무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 투입량을 늘려 성장을 유지해 왔다. 즉 총요소생산성 증가보다는 생산요소 투입량 증가분이 더 컸다. 이처럼 생산요소 투입 증가를 통한 성장전략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우선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인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고령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문화, 레저, 의료, 의약품 관련 바이오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도 이런 산업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산업의 경우 개도국, 특히 중국 진출을 통해 활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진출은 신중히 진행해야 하며, 현재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우선 다양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캐쉬 카우(cash cow)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 우선 다양성을 높이면 경제성장에 큰 보탬이 된다. 경제의 다양성이 확대될 경우 같은 위험 수준에서 더 많은 투자와 생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다양화된 경제체제에서는 벤처캐피탈 확충을 기대할 수 있고, 흔히 `신경제`로 표현되는 지식기반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무역부문도 바뀌어야 한다. 특정 산업에서는 상품을 전적으로 수출하고, 다른 산업에서는 상품을 전적으로 수입하는 구조는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무역방식보다는 같은 산업내에서의 무역을 활발히 진행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같은 산업내에서의 무역은 국가간의 수직적 제품 차별화 또는 생산 분업을 통해 가능하다. 더욱이 이 같은 무역패턴은 외국기업과의 합작이나 협력을 용이하게 만드는 이점을 갖고 있다. ◆요시오 니시(Yoshio Nishi) 스탠포드대학 교수 한국은 지난 80년대 이후 전자산업,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반도체는 기존 PC 중심에서 통신 및 인터넷 산업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 통신 및 인터넷 산업의 수익이 PC 산업의 수익을 추월했을 정도다. 지금도 1인당 인터넷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10년간 통신 및 인터넷 산업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반도체산업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중국은 통신 및 웨이퍼 가공분야에서 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포스트 D램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나노(Nano)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집적회로(IC)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하루 빨리 기술선도국으로 부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역량으로 가능한 미래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이런 기술을 남들보다 빨리 상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신기술 제품에 대한 시장개척 노력도 전개해야 한다. 한국이 기술선도국으로 부상하려면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인식 ▲국제적인 산학연협력 활성화 ▲연구개발(R&D) 및 생산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구도 탈피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한 인적자원 활용 극대화 등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이 미래기술로 중점적으로 육성할 분야로는 나노분야를 들 수 있다. 앞으로 전세계적인 산업발전을 고려할 때 나노기술에 대한 육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노는 거품을 만들어낸 정보기술(IT)와는 달리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거둘 수 있는 분야다. 특히 나노기술과 반도체를 접목한 분야가 가장 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노기술과 반도체를 접목시켜 상용화하는 연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나노기술을 불활성 메모리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나노기술은 반도체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나노튜브 또는 나노전선을 이용한 에너지절약 장치도 아주 유망한 분야다. <정리=정문재ㆍ임석훈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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