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 타협 실패쟁점 첨예대립 7월부터 시행 무산
2년여를 끌어온 노사정위원회의 주5일 근무제 도입협상이 25일 합의를 보지 못함으로써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무산됐다.
노사정은 이날 제시된 조정안을 중심으로 5월4일까지 한번 더 논의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사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근로기준법 개정은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주5일 근무제는 노사정 차원보다는 개별 사업장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왜 틀어졌나
이번 협상에서 노사 양측은 한때 핵심쟁점에 대해 대부분 의견접근을 보기도 했으나 한국노총이 다시 주휴유급 화 문제를 들고 나온 데다 경총이 국제적인 기준을 이유로 여러 쟁점들에 대한 노동계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노사는 양 조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주휴 무급화와 연월차 휴가, 시행시기, 임금보전 방안 등 쟁점에 대한 절충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노동계에서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혹시 임금이 줄어드는 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은 임금 문제에 집중돼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졌다.
또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협상을 주도한 한국노총과 경총이 조직 내부는 물론 관련 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한 것도 문제를 꼬이게 했다.
◇ 입법화 가물가물
노사정위원회는 다음달 4일까지 노사의 의견을 들어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했지만 한쪽의 대폭 양보가 없을 경우 합의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올 7월부터 공공ㆍ금융ㆍ1,000명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물 건너갔고 이제는 각 단위 사업장별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협약 등을 통해 주5일제 도입에 나서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미 금융노조가 올 7월 시행을 목표로 올 임담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관철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이며 다른 대기업들도 상당부분 준비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올 임단협에서 이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일선 사업장 단위로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휴일 휴가제도를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만 기형적으로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과제로 대국민 약속이라는 점에서 임기 내에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선거 등과 맞물려 입법절차가 제대로 추진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더 이상 노사합의에만 매달릴 수 없다고 보고 현재 주5일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사례집을 발간, 모범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임단협에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 부상에 따른 분규의 소지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오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