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우리나라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부분의 업종이 원자재 수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계도 철광석, 유연탄, 철 스크랩(고철) 등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중견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상승에 품귀현상까지 겹쳐 조업단축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원자재 품귀사태로 원자재 재고가 바닥나는 2분기 이후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이처럼 철강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감과 함께 원자재 수급불안 심리로 관련업체들이 앞다퉈 사재기를 하고 있고,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철강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생산국가이자 소비국가로서 당분간은 고성장으로 인해 철강수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철강 원자재 전쟁은 그리 쉽사리 해결 될 것 같지는 않다.
철강 원자재 등 철 스크랩은 건축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철근 및 형강을 생산하는 중요한 원재료로서 1년전에 비해 가격이 배 이상 올랐다. 총수요의 3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원료 확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철광석,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들도 20% 가량 올랐다.
따라서 주요 철강 원자재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철근, 냉연강판 등 철강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철강재를 소재로 사용하는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철강연관산업에도 여파를 미쳐 생산활동을 어렵게 하고,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총체적인 원자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97년 IMF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캠페인을 벌여 나라를 외환위기에서 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다시 철 스크랩이 중요한 자원임을 재인식하고, 쇠 조각 하나라도 재활용하는데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또한 철 스크랩 업체들은 수집된 철 스크랩을 하루 속히 철강사에 넘겨 원자재 난을 해소하는데 일조해야 하며, 중간 판매상들은 매점 매석한 철강제품들을 실수요자에게 판매하여 소재가 없어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철강 제조업체들은 생산능력을 풀 가동하여 철강재 공급량을 최대한 늘려야 겠다.
최근 정부는 원자재 파동이 확산되자 매점매석 단속과 할당관세 적용 등 수급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중 지난 연말과 금년초 2차례에 걸쳐 코크스, 망간 등 총 14개 품목에 대해 0~2% 수준의 할당관세를 적용한 것은 원자재난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의 가격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할당관세 결정과 관련하여 전극봉 등 일부 원자재는 국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는데도 일률적인 적용기준으로 할당관세 적용을 배제한 것은 원자재 수급안정에 장애가 된다.
금년부터 철강제품 수입관세가 철폐된 반면 철강 원자재에 대한 관세를 계속 부과한다면 우리나라는 수입 원자재 무관세국인 일본, EU 등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해 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철강산업 기반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철강업계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비경쟁 철강원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을 외환위기로 인한 환율변동으로 원자재 가격이 2배 오른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때마다 온 국민이 합심하여 국난을 극복한 저력 있는 민족이다. 따라서 금번 원자재 대란 사태도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지혜를 모아 협력해 나간다면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건치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