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발표되는 규제중심의 부동산대책에 국민들은 어리벙벙할 정도다. 세금공세까지 더해 드디어 서울 등 수도권 일대 441개 아파트단지 31만9,461가구의 기준시가가 평균 17.1% 올랐다. 많이 오른 곳은 평균 6,750만원이나 인상됐다. 기준시가 상승은 양도세ㆍ상속세 등 각종 세금이 오른다는 것을 뜻한다. '세금요법'으로라도 부동산시장 과열을 식히려는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나 오락가락 정책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위기 후 부동산시장 부양을 통한 국내경기 활성화를 노리고 그 동안 강화했던 아파트 청약제도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아파트 재당첨 제한 규정, 2주택 소유자 1순위 제한 규정 및 무주택자 우선공급제를 각각 폐지했다. 이것도 부족해 청약통장 가입자격을 만 20세 이상 성인으로 전면 확대하고 2순위기간 6개월단축, 분양권 전매허용 등 각가지 규제완화 조치를 쏟아냈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 '잔치 마당'을 마련해주고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촉진했다. 여기에 저금리란 '영양제'까지 곁들여짐에 따라 시장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바람은 서울 강남 만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넓혀져 갔다. 은행도 거들었다.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부동산'노름'에 끼어 들었다. 가계대출의 거의 반이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서 그 동안의 부동산 열기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투기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러던 정부가 부동산 바람이 과열되자 태도를 바꿔 칼을 빼 들었다. 재건축을 제한하고 부동산매입자의 자금추적, 공인중개소에 대한 세무조사도 부족해 아파트부녀회의 담합행위까지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함께 아파트 청약제도도 분양권 전매, 1가구 2주택 청약 1순위 자격 및 투기과열지구 재당첨 제한 등 규제를 다시 강화했다. IMF위기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규제를 완화해 '판'을 마련해줄 때는 언제고 이젠 다시 규제하느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노릇하기도 쉽지 않다'는 불평이 나올 법도 하다. 부동산시장을 죄었다 풀었다 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결국 세수만 늘어나게 됐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기 때문에 신뢰감을 잃고 대책을 연이어 발표해도 일시적인 효과 밖에 거두지 못한다. 정책도 상황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본 틀은 유지하면?미조정을 하되 일관성은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동산정책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공급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하되 가수요도 고려돼야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생활환경 등의 균형개발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주택공급률이 100%를 육박해도 자가 거주율이 54%에 불과하고 서울 강남에 교육기관이 집중 되고 있는 현상은 주택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뜻한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의식의 변화와 시대상황에 맞게 주택정책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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