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하이브리드 판매 고전

`8.5%와 6%의 금리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외환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하이브리드(신종자본증권) 판매에 들어간 국민은행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총 3,000억원을 목표로 연 6%의 금리를 주는 하이브리드를 내 놓았지만 지난 3일까지 860억원 가량이 팔리는데 그쳤다. 판매 첫 날에만 400억원 이상 팔리며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이고 현재로선 마감일인 13일까지 목표금액을 채울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하이브리드는 만기가 길고 은행의 경영실적에 따라 이자지급이 중단되는 등의 위험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저금리 시대의 고금리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다. 외환은행은 이 같은 바람을 타고 판매 개시 이틀 만에 2,500억원 어치를 순식간에 팔아 치우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외환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는 낮지만 은행간 신인도 차이 등을 고려하면 무난하게 소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민은행에서는 외환은행이 제시한 연 8.5%의 파격적 고금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워낙 높은 금리를 제시한 탓에 고객들이 6%의 금리로는 만족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은행간 신용도나 상품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하는데 `설마 은행이 망하겠느냐`는 인식과 함께 금리만을 비교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이 6%의 금리로 먼저 시장에 나가 `금리기준`을 잡은 뒤 외환은행이 뒤를 따랐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면서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각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금리만을 갖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판매실적이 신통치 않자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주가나 후순위채 등과 같이 은행의 신인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에 2.5%포인트 정도의 금리차이는 적절하다고 본다”며 “다소 상황이 어렵더라도 `리딩뱅크`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현 금리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의 이 같은 고전 속에 조흥은행이 다음주부터 총 3,000억원의 하이브리드를 판매한다. 조흥은행은 특히 이번에 외환은행 보다는 낮고 국민은행 보다는 높은 7.8%의 금리를 제시할 예정이어서 고객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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