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英 '깊어진 감정의 골'

EU 집행위 인선 갈등으로 사르코지 런던 방문도 중단

유럽연합(EU) 집행위원단의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프랑스와 영국의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영국 런던 방문 계획이 전격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프랑스 현지언론에 따르면 엘리제궁은 지난 3일(현지시간) 사르코지 대통령의 런던 방문 가능성을 배제한 채, 다음 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이사회 모임에서 두 나라 정상이 따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사르코지 대통령은 4일 런던에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회동을 갖고 리스본 조약의 발효에 따른 다양한 역내 현안들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이번 방문계획 취소는 EU 집행위의 주요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펼쳤던 두 나라가 실제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감정싸움을 더욱 격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브라운 총리 측은 영국인인 캐서린 애슈턴이 EU 외무장관에 임명되자 "영국이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며 반색했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 대통령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토니 블레어가 밀려나고 (자신이 지지한)벨기에의 헤르만 판롬파위가 선출됐으며 특히 미셸 바르니에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에 임명됐다"며 "프랑스는 승자, 영국은 패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역내시장 담당위원은 EU의 무역ㆍ시장 정책과 함께 금융규제와 감독업무까지 총괄하는 집행위 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그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도 "앵글로색슨식 경제모델이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전 세계가 유럽대륙식 경제모델의 승리를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며 영국을 거듭 자극했다. EU 외교가는 갈등양상을 표면화한 두 나라가 향후 EU의 경제정책을 놓고 본격적인 대립을 벌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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