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약세 지속땐 주력산업 피해

■ 전경련·상의 '엔低' 보고서조선.철강.자동차 등 1,000원이상 돼야 경쟁력 일본 엔화의 약세가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경우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이 해외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엔화 약세에 따른 산업별 영향과 대책'에 대한 보고서를 각각 내고 엔화 약세로 '100엔당 1,000원'이 무너진 만큼 엔저 현상이 계속될 경우 주력 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1월 말 현재까지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13.0% 절하된 반면 원화는 3.7% 절하에 그침에 따라 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 우리 주력 업종의 수출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00엔당 산업별 적정환율은 조선ㆍ철강은 1,000원, 자동차 1,100원, 일반기계 1,040원, 석유화학은 1,182~1,083원 수준이라고 상의는 설명했다. 조선의 경우 엔저로 이미 지난해 4ㆍ4분기에 수주가격이 2.4~10% 하락했다. 일본 업계는 이 기간에 우리보다 3.7배 가량 수주를 더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당 엔화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우리 선박수출은 1.4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는 일본보다 10~15%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달러당 엔화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2% 정도 수출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진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국산차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도 원가경쟁력에서는 일본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납기ㆍ수주조건ㆍ마케팅 등 비가격부문의 경쟁력은 열세여서 100엔당 1,000원의 환율이 유지돼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정부의 지나친 외환시장 개입은 부작용이 커 지양해야 하지만 최근의 엔화 약세는 우리의 주력 업종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어 원화환율의 신축적 운용을 통해 원ㆍ엔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의의 한 관계자는 "엔화 절하 때는 원화 약세도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나 지금은 환율 변동폭이 큰 차이를 보고 있다"며 "우리 주력 업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적절한 환율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경련도 지난해 11월30일 이후 올 1월 말까지 엔ㆍ원 환율이 1대10 이하로 내려갈 정도로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일본 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단가 인하 및 마케팅 활동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자동차ㆍ조선ㆍ기계ㆍ철강ㆍ해외건설 등 주력 산업의 피해를 예상했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의 경우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따른 마케팅 강화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며 조선ㆍ기계는 국제 선가하락을 유발해 국내 기업의 채산성 악화, 신규수주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했다. 철강도 엔저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중국 등 제3국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며 건설도 국내 기업의 해외공사 진출이 더욱 위축될 전망이라고 전경련은 밝혔다. 이 같은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및 품질 개선, AS와 브랜드 인지도 강화, 수출시장 다변화 등 비가격부문의 경쟁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반면 컴퓨터ㆍ반도체ㆍ섬유ㆍ석유화학 등은 일본과의 경쟁관계에서 경합품목이 많지 않아 엔저가 지속될 경우에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형욱기자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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