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챙기기 급급… 국제사회서 G2 역할 못한다" 쓴소리

中, 日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 올라섰다지만…
환율문제 등 경제·외교 분야서 실리 위해 '이중적 성격' 보여
수출중심 구조 등 해결 못하면 "日 전철 밟을 가능성" 경고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덩치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며 세계 안보, 기후변화, 세계 경제회복 등 주요 글로벌 이슈에서 발언권을 높여온 중국이 명실공히 지난 2ㆍ4분기 기준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을 앞지르면서 경제대국다운 변화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빈부 및 도농 간 소득격차, 수출주도 성장모델의 한계 등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미국과 경제패권을 다툴 2위 경제대국으로서의 명실상부한 위상을 갖춰나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30년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로는 중국이 자칫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G2 vs 100년=중국은 위안화 환율 문제 등 대외 경제정책부터 외교에 이르기까지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서 드러났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외교 사안에 있어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노골적으로 국익을 취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기후변화, 중동 안보 등 글로벌 이슈에서는 G2로서 미국에 소신 있는 말을 거침없이 밝힌다. 고속 성장을 지탱하기 위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아프리카ㆍ호주ㆍ남미 등의 원유ㆍ천연가스 투자 및 관련 기업 매입에 나서며 국제사회에 '중국 위협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환율 자유화 등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타깃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개발도상국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사실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공식석상에서 자국에 대해 G2라고 한번도 얘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은 개도국이며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강조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개도국이라며 발을 빼는 명분을 주는 동시에 최근의 이란 핵 제재 등 자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겸손으로 포장된 야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원 총리는 연중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지난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이 개도국을 벗어나려면 아직 10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철저하게 실리를 챙기기 위한 이중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빈부격차, 성장모델 전환 등 내부문제 해결이 우선 과제(?)=중국이 덩치에 걸맞은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는 데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지난 30년간 고속 압축성장에 따른 내부모순 해결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고속 경기반등을 이끌어냄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를 창안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위안화를 통제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비판받는 등 제2의 경제대국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세계 경제의 추락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수요 감소와 임금상승, 투자 일변도의 개발 모델 등의 구조적 문제로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중국 정부를 옥죄는 요인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년간 수출주도의 성장 모델로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서방국의 수입수요가 줄어들면서 기로에 서 있다

베이징 소재 칭화대의 패트릭 쇼바넥 교수는 "중국에 앞서 1980년대 초반까지 수출주도의 성장 모델을 추구했던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를 전후해 거품이 붕괴되며 길을 잃고 말았다"며 "중국은 내수중심으로 현재 경제체질을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내수중심의 경제성장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비중은 되레 급격히 줄어왔다. 수출과 투자 중심의 경제모델이 계속되면서 2000년 GDP에서 45%를 차지하던 소비비중은 2010년 35%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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