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과 주5일제 시행 등을 놓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노ㆍ사ㆍ정 관계 속에서 분규 없이 `잘 나가는`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다룬 자료집이 발간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노동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조사해 16일 발표한 `노사 협력적 인적자원개발 사례`보고서에 소개된 기업들은 노노관계, 연공ㆍ능력의 적절한 조화, 노조의 경영참여 등 발상의 전환으로 다른 기업보다 한걸음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新) 노사문화 대상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던 기업들 가운데 면접조사를 통해 성공적 노사관계를 이룩한 기업으로 꼽히는 기업은 유한양행과 삼성SDI, 후지제록스, 한국DHL등 4개사.
이들 기업은 저마다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고 경영방식도 차이가 있지만 모두 노사관계를 `대립`이 아닌 `공존`관계로 보고 경영과 인사에 노사가 동참하는 문화를 형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노노관계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유한양행은 분기실적과 계획, 신규사업 계획, 손익현황, 제약업계 현황 등을 노사가 공유하고 주총에서 근로자 대표가 참석해 발언하는 방식으로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각 부서에 최대한 근로자 교육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도 독특한 기업문화로 평가 받았다.
한국후지제록스는 경영상태를 주기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하고, 노조와 사측이 월1회 모임을 갖는 한편 3개월마다 비디오 상영을 통해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돌이켜보는 방식으로 노사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87년 노조 설립 당시 불신과 반목도 있었지만 단체협상에 앞선 사전협상 등의 방식으로 무분규 선언과 임금 무교섭 타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화물운송 업체인 DHL코리아는 노조문제에 상당히 민감한 업종 특성상 외국계 기업임에도 불구, 한국식 연봉서열에 맞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한국형 직무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직원 투표로 선발된 근로자 대표 6명이 각 부서에서 나온 제안들에 대해 노사협의 때 사측과 협의하는 것도 독특한 문화다.
공식 노조가 없는 삼성SDI는 `한마음협의회`(노사협의회) 위원장이 노조위원장역할을 하면서 어떤 안건에 협력업체 노조 관계자가 필요할 경우 참석 시켜 의견을 반영한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