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부당 노동행위 해마다 급증지난 88년 개정된 '어린이헌장'에는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길잡이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헌장을 외형적으로 뜯어 봤을 때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고 자라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90년대 중반을 지나 예상하지 못했던 IMF라는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실직으로 인한 가족해체로 결식 및 피학대 아동의 발생건수는 지속적으로 상승추세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산업-도시화에 따른 생활의 고립은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경우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양육하기 때문에 학대 가능성을 더욱 증가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무엇이 아동학대인가 아동학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 학대행위 자체가 고의적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는지, 실제로 신체나 정신적인 손상을 입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우선적으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자세하게 구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에서는 아동학대와 방임을 '18세 미만의 아동이 그의 부모나 후견인으로부터 신체-정신적 또는 복지상태에 위해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정의한다. 다만 신체학대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의적이고 지속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학대의 유형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나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 학대 ▦방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체적 학대란 말 그대로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이다. 여기에는 폭력에 의한 멍이나 화상ㆍ찢김ㆍ골절ㆍ장기파열ㆍ기능손상까지 포함된다. 특히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에서는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생후 12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하는 체벌은 학대로 간주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는 아동에게 가하는 신체적 구속이나 억제 혹은 언어적 위협행위를 의미한다. 아동의 인격이나 존재, 감정과 기분을 심하게 무시하거나 모역하는 행위,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아도 여기에 해당되며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성 학대는 강간ㆍ성적행위ㆍ성기노출ㆍ자위행위 등 성인의 성적충족을 목적으로 아동에게 가하는 일체의 신체 접촉이나 행위이다. 방임은 보호자가 반복적으로 양육이나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써 건강ㆍ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 부적절한 감독이나 교육방임도 해당된다. ◇국내현황 내의 경우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의 정의마저 분명하지 않지만 연구조사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는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 실 예로 지난 85년부터 감소해 오던 기아발생 건수(현재 연3,000여명으로 추정)도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혼모에 의한 사생아 발생건수도 연2,000~3,000여명에 달한다. 부모의 학대나 가정의 경제난으로 가출하는 아동ㆍ청소년은 연5,000여명,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만으로 구성된 소년소녀가장의 경우 1만 세대(1만8,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양의대 안동현(정신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000여 가구를 방문해 조사한 결과 약 43.7% 가정에서 아동부당 취급(Child Maltreatment)이 일어나고 있고, 그 중 23.5%가 신체학대 등을 포함한 방임이, 정서학대 19%, 성학대 1.1%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실직이나 경제적 파탄 등으로 이혼ㆍ별거ㆍ가출과 같은 원하지 않는 가족해체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가정환경의 변화가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와 방임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것은 이제 추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박상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