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양국 간의 논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연내 협상 개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중 FTA 협상이 개시될 경우 한일 FTA 및 한ㆍ중ㆍ일 FTA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FTA를 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면을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 일본에 대한 제스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일 FTA는 지난 2004년 6차 협상 이후 중단됐고 최근까지 협상 재개를 검토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 협상이 중단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겉으로는 협상 재개를 누누이 요청하지만 자국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문을 열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일본도 어느 정도 입장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일본이 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양자관계로 좁혀지지 않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자간 FTA를 통해 수준을 낮춰서라도 해결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한중 FTA 외에 한일 FTA, 한ㆍ중ㆍ일 FTA 등을 추진함에 있어 적절하게 지렛대 전략을 사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동아시아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중, 한일, 한ㆍ중ㆍ일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적절히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ㆍ중ㆍ일 FTA는 한중 FTA와 한일 FTA를 따로 체결했을 때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후생 증가, 수출 증가 측면에서 모두 우위를 보였다. 이는 3개국의 경제구조가 상호 보완적이어서 2개의 개별 FTA를 체결했을 때보다 경제적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한중 FTA는 중국ㆍ일본 등 그간 미뤄뒀던 역내 거대권역 FTA 시도라는 점에서 커다란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미국 등 주요 경쟁국들을 자극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이 대통령이 미국에서 중국과의 선제적인 FTA를 언급한 것도 다분히 미국 측을 압박하는 카드였다는 평가다. 각 국가 간 그물망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은 특히 경쟁국 사이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한국이 중국과 FTA를 추진하게 된 것은 여러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지만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협정(ECFA) 확대도 하나의 배경이다. 우리와 정보기술(IT) 분야 등 고부가가치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만이 ECFA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게 되면 결국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