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일 낮 지난 87년 6월 항쟁을 주도했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지도부 인사 4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6월 항쟁 16주년을 맞아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던 6월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북핵 문제 등 제반문제를 협의하고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각계 지도급 인사들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간담회에는 당시 본부 공동대표였던 시인 고 은씨와 한승헌 변호사, 고 문익환 목사 부인인 박용길 장로, 고 박종철 열사 부친인 박정기 유가협 이사장, 박형규 민주재단 이사장, 고 이한열 열사 모친인 배은심 여사, 고 전태일 열사 모친인 이소선 여사 등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6월 항쟁이 나의 존재의 근거라고 느낀다"라며 깊은 애정과 신뢰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는 법통을 얘기할 때 항상 3.1정신과 상해임시정부를 갖다 붙였는데 나는 중요한 일이 있으면 6월 항쟁의 법통을 갖다붙이고 줄대려고 했다"면서 "선배님들을 모셔서 대화와 인사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은근히 그런 꿍심이 있어서 여러분을 모셨다"면서 "고생을 이어오신 분들을 뵈니 그때의 정신과 가치가 현실속에 살아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새만금 사업관련해서 노 대통령은 "환경을 황폐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국책사업으로 책정된 예산 이상의 투자를 할 것이며, 농지보다 더 생산성있는 용도를 찾아내고 환경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상징적이므로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많지만, 환경을 해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으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 웬만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6월항쟁 16주년 기념식 메시지
오늘 6월항쟁 16주년 기념식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먼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열사들과 애국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도 슬픔을 간직하고 계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독재와 불의에 맞서 앞장서셨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각별한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돌이켜보면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가꿔온 국민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은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항쟁에 이어서 87년 6월항쟁으로 분출되었고, 마침내 민주주의와 정의가 승리하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힘이 오늘에 이어져 참여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참여정부는 개혁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감으로써 6월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반드시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힘과 뜻을 한 데 모아야 합니다. 더욱 합심단결해서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개혁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합니다. 집단이기주의와 내부 분열로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16년 전 오늘 이 땅에 메아리쳤던 민주주의의 함성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고 지역간, 계층간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그날의 뜨거웠던 열정을 오늘에 되새기며, 국민 모두의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열어나갑시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