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립서비스로 끝나나 보죠. 이럴 거면 처음부터 기대나 하지 말걸 그랬어요."
정부가 건설 현장의 유보임금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감독에 나선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대전 지역의 한 건설 근로자는 "'쓰메끼리(유보임금)'로 고생하는 근로자들은 형틀작업이나 철근작업을 하는 건설 현장에 많은데 근로감독관들은 전기나 미장 작업 등 마무리 공정을 하는 곳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정부가 유보임금이 어디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무작위로 점검대상을 선정한 탓"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장관이 추석을 앞두고 립서비스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하지만 그 기대감이 점차 절망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서운해 했다.
지난달 15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성남 새벽인력 시장을 찾아 일용직 건설 근로자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박 장관은 유보임금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근로자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 "다음달(10월) 말 늦어도 오는 11월 초까지 유보임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유보임금은 건설현장에서 발주처와 원하청 사이에 공사대금을 주고 받는 기간이 길어져 임금이 늦게 지급되는 것으로 속칭 '쓰메끼리'라고 불린다.
박 장관의 발언 직후 고용부는 10월 말까지 전국 260여개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건설 현장의 유보임금 관행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임금체불이 유보임금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대대적인 현장 감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 보여주기식 조사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걸 보면 발본색원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유보임금 문제에 대해 고용부의 담당 공무원들조차 '유보임금이 어제 오늘 문제도 아닌데 쉽게 고쳐지겠냐'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어 문제 해결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박 장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보임금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했던 만큼 현장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도록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