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형·겸업화로 공공기능 약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이 덩치를 키우고 신탁.증권.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공공적 성격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국내은행의 대형화.겸업화가 금융산업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에 따라 은행 시스템의 안정과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형화와 겸업화를 추진,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으나 은행의자금중개기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일반은행(시중.지방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원화대출금 중 기업대출)이지난 1996년 75%에서 작년 9월 현재 44.3%로 급락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비중은 19.5%에서 41.4%로 뛰었으며, 유가증권 보유비중도 15.3%에서 23%로 높아졌다. 이는 은행이 대형화될수록 대출시 기업의 장기 성장 잠재력 보다 재무제표 등계량적 기준에 더 의존하게 되고, 기준 또한 엄격해지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국민 경제적 차원에서 부정적이므로, 정부의 은행산업 정책이 공공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변해야한다고 말했다. 매각이 예정된 정부 소유 은행을 기업금융 특화은행으로 육성하거나, 중소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보고서는 밝혔다. BIS 비율을 현행 8% 아래로 낮춰주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제도는 폐지됐으나 여전히 기업 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채비율 200%'규제 관행에서 금융권이 완전히 벗어나야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사회적 기능과는 별개로, 은행들이 그동안 대형화로 어느 정도비용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화와 더불어 인력 감축과 지점 폐쇄 등이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겸업화의 경우 신규 시스템 도입과 비관련 업무에 대한 조정비용이 커은행별로 절감 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따라서 은행의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화는 계속 추진하면서 겸업화보다 전자결제비중 확대 등에 주력해야한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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