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은지점들 자본확충 행보

ANZ·HSBC·DBS 등 을기금 확대

정부의 선물환포지션 규제 이후 일부 외은지점들이 선물환포지션 축소 대신 자본금 증액에 나섰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약 1억3,000만달러,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2억9,000만달러,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이 4억8,000만달러 규모의 자본금 증액을 확정했다.

모간스탠리, JP모간체이스와 일부 아시아계 은행도 자본금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본금 증액은 본점으로부터 1년 이상 장기 차입하는 ‘을(乙)’ 기금 확충의 형태로 이뤄졌다. 을기금은 납입자본금 성격인 ‘갑(甲)’ 기금과 이익잉여금의 2배까지 늘릴 수 있으며 전액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이 같은 외은지점들의 행보는 지난 6월 정부가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을 자기자본의 250%로 제한하는 규제를 내놓은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규제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국내 외은지점의 장부가 본점이나 해외로 일부 이전되는 등 영업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됐었다. 하지만 외은지점들은 자본금 확대를 통해 영업 유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은지점의 한 관계자는 “자본금 확대로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비율이 250% 밑으로 떨어졌다”며 “수익성 제고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규제를 준수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외은지점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금융 인프라가 좋고 경기도 비교적 크게 흔들리지 않아 영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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