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사활건 수주경쟁

로열더치셸 3兆대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장치 발주
현대·삼성·대우, 컨소시엄 구성등 역량 총동원

5일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완공한 FPSO 전용도크인 ‘H도크’ 전경

“3조원을 잡아라”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3조원 짜리 초대형 LNG-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장치)를 낙찰 받기 위해 사활을 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컨테이너선 등 일반상선 수주실적이 6개월째 전무한 상황이어서 이번 ‘대어’를 어떤 회사가 낚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유럽 최대 오일메이저인 로열 더치 셀이 발주할 약 7조(50억 달러) 규모의 LNG-FPSO 및 인프라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프라 공사를 포함한 전체 프로젝트 중 국내 조선업계가 노리고 있는 LNG-FPSO의 규모는 약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셀이 이번에 발주할 LNG-FPSO는 연산 350톤 규모로 선체 길이 468m, 폭 74m, 높이 42m로 사상 최대 규모다. 쉘사는 오는 6월께 초기설계 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하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최종 발주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기업이 향후 조선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상선 발주가 뚝 끊긴 가운데 원유, LNG 등 에너지 자원 발굴을 위한 FPSO, 드릴십 등 해양제품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성장시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번 프로젝트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국내 조선 빅3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형 LNG-FPSO를 설계, 제작, 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국내 빅3가 유일하기 때문. 이에 따라 각사는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쉘사와 잇달아 미팅을 갖는 등 본격적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초기설계 엔지니어링 계약을 따내는 회사가 최종적으로 발주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사적인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 현재 현대중공업은 치요다사와, 삼성중공업은 테크닙사와, 대우조선해양은 JGC와 짝을 이뤘으며, 최근 세부사항과 디자인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또한 초대형 해양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설비를 확충하고 설계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각사가 적임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총 1,61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FPSO 전용도크인 ‘H도크’를 완공했다. H도크에 세계 최대인 1,600톤 크레인 2기를 설치하는 등 설비를 강화해 FPSO 공기를 1개월 가량 앞당겼다. 오병욱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장은 “H도크는 37년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는 결정체”라며 “이번 완공을 계기로 LNG-FPSO 등 초대형 해양설비의 수주 경쟁력 및 생산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LNG-FPSO를 시장에 선보인 회사로 빅3 중 유일하게 LNG-FPSO를 개발 및 수주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영국 FLEX사로부터 LNG-FPSO 4척을 수주한데 이어 올해 초에도 유럽 선사로부터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LNG-FPSO를 수주한 바 있다. 이밖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5년간 세계적인 오일메이저인 쉐브론사와 49억 달러 규모의 8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과 4척의 FPSO를 성공적으로 건조한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류완수 대우조선해양 해양사업 전무는 “쉐브론과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초대형 해양제품 건조능력이 이미 입증됐다”며 “글로벌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안전, 시공, 설계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LNG-FPSO(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장치)= 바다 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액화, 저장할 수 있는 설비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유상액화, 저장설비 등을 건설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인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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