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사내 법률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서건식·전종수·이진성 변호사·곽의식 팀장·김명륜 변호사·최재영 과장·김태윤 회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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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숨은 일꾼, 법무팀] 신한금융그룹
子회사 법무 지원 '맏형 역할'소프트웨어 구매서 협약체결까지 일일이 조언중요 결재 서류 변호사 도장 없으면 못올려그룹 몸집커서 법률 리스크 사전관리 강화 주력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사내 법률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서건식·전종수·이진성 변호사·곽의권 팀장·김명륜 변호사·최재영 과장·김태연 회계사.
신한금융지주 곽의권 팀장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회사 계좌로 입금된 금액을 확인하고는 뛸 듯이 기뻤다. 220억원. 세무서를 상대로 부당하게 더 낸 세금을 돌려달라며 국세심판원 불복절차를 밟아 2년여만에 돌려 받은 돈이었다.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자산규모 230조원대로 도약한 신한금융지주사에는 아직 정식 법무팀은 없지만 자칭 ‘법무팀’인 감사팀내에 실력 있는 법률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내 법무인력은 곽 팀장을 비롯해 경력 7년의 이진성 변호사, 김태연 회계사, 최재영 과장 등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신한금융지주와는 별도로 신한금융그룹내 신한은행, 굿모닝신한증권 등 자회사에도 국내외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각 자회사에서는 업무와 관련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복잡 다단한 법률 문제를 해결하고 지주사에서는 그룹차원의 문제 및 각 자회사의 법률 지원 역할을 한다.
◇신한지주 법무 “맞형 역할”= 이 변호사는 최근 은행업무 관련 소프트웨어가 지적재산권 분쟁의 대상이 됐지만 마음은 느긋하다. 구입계약을 체결하기 전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해당 회사들로부터 “신한지주에게는 소프트웨어 구입과 관련한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아놨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가 지재권 분쟁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향후 재판결과에 따라 신한지주는 엄청난 금액의 돈을 물어야 했을 수도 있었다.
신한지주의 ‘법무팀’은 하루에도 지주회사뿐만 아니라 자회사 임직원들로부터 20~30통의 전화를 받는다. 다른 회사와 협약을 체결하는 일부터 회사차원의 소프트웨어 구매 건까지 크고 작은 계약에 일일이 조언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중요 결재 서류에 변호사의 도장 없이는 결재를 올리지 못하게 돼 있다. 또 추진중인 사업이라도 법률 리스크에 대한 변호사의 의견서가 첨부된다. 사내 변호사가 한달 동안 검토하는 계약, 협약서, 사업현안 등이 100여건에 달한다.
그룹사 임직원을 상대로 법률 리스크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도 법률 지원부서의 역할이다. 지주회사 임직원 뿐 아니라 자회사의 임직원들을 상대로 증권집단소송, 공정거래법, 자본시장통합법 등에 대해 강연한다.
◇“전 은행직원이 클라이언트”= 신한은행 법규팀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법률 분쟁 및 법률리스크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국내변호사 3명, 미국변호사 1명 총 4명이 소속돼 있다.
전종수 변호사는 “하루에도 10~20건씩 전화 또는 직접 상담을 통해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며 “본점을 비롯한 1,000여개 지점의 직원들이 클라이언트인 셈”이라고 말했다.
팀에서 소화하는 업무량은 연간 약 120건의 의견서와 600~700여건의 약관을 비롯한 계약서 검토, 3,000여건의 유선 법률상담 등이다.
금융상품 설계, 약관과 같은 본사차원의 법률 문제부터 일선 창구에서 예금주가 사망했을 때 상속인들이 나타나 서로 출금해달라고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와 같은 소소한 법률 상담까지 이들 몫이다.
◇“활주로에 장애물 치우라”= 신한금융지주 이인호 사장은 지난해말 가진 준법감시 워크숍에서 사내 법무팀의 역할과 관련해 ‘활주로 이론’을 펼쳤다. 그는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이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에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며 “우리가 자칫 방심하면 그룹에 치명적일 수 있는 법률 리스크가 곳곳에 장애물처럼 도사리고 있으므로 사전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숙제를 내줬다. 법률리스크 관리를 위한 법무업무 강화 방안을 올 연말까지 제출하라고 한 것. 그룹사의 몸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법률 리스크도 커지는 만큼 선진 은행들의 법률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연구, 로드맵을 제시토록 한 것이다.
신한은행 김재익 준법감시인은 “금융기관은 신뢰를 먹고 사는 회사인 만큼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는 게 생명”이라며 “앞으로 사내 법무인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4/30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