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군지 분간하기가 힘든 정도였습니다. 하나 같이 말라있었고 처참한 몰골이었죠." 김영미 분쟁 지역 취재 전문 PD는 지난 4월 4일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나포돼 현재까지 억류 중인 '동원호'의 선원들의 첫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피랍 초기 떠들썩하던 언론과 석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목소리는 이제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과연 '동원호' 선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MBC 'PD수첩'은 화요일 오후 11시5분에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 두는가(가제)' 편을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동원호' 선원들의 최근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의 안전과 송환에는 무관심한 정부의 태도를 지적한다. 현재 '동원호'의 선원들은 소말리아의 오비아 항 인근에서 생활하고 있다. 피랍 당시 '동원호'에는 한국인 8명, 중국인 3명, 인도네시아 9명, 베트남인 5명 등 총 25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제 8월이면 피랍 4개월째. 이들 모두 지금은 거의 자포자기의 상태라고 한다. 어차피 죽을 거 해적들과 싸워보고 죽자는 사람, 바다로 뛰어들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김 PD는 전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통상부 등 정부의 대응 태도는 안일하기만 하다. 피랍 사건 직후 정부는 소말리아를 관할하는 케냐 한국대사관에 현장 대책본부를 세웠을 뿐 정부 대책반을 현지에 파견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정부 관계자를 비롯한 그 누구도 소말리아에 한 번 들어와보지도 않은 것이다. 취재를 담당한 김 PD는 "지금까지 정부는 25명의 생명을 한 수산회사에 맡겨둔 채 방관해오고 있었다"며 "선원들을 무사히 송환시킬 일차적 책임은 바로 정부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그 동안 정부는 선원들의 몸값이 터무니 없는 수준이라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 해적들이 원하는 금액은 10억 정도"라며 "현지 사정도 제대로 모르는 정부가 한심하기만 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