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환경公 이태식씨 "상수보다 하수처리가 더 중요하죠"

20년 외길 부산환경公 사내명장


“깨끗한 물을 다루는 상수도본부에서 구정물을 다루는 하수처리장으로 와 ‘더러운 물을 다루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부산환경공단 수영사업소 중앙통제실 전기4급 이태식(46ㆍ사진)씨는 5일 “발령 때부터 새로 개척해야 할 분야가 많은 하수처리가 적성에 맞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씨는 공단이 올해 처음 도입한 사내 명장(名匠) 제도에 따라 제1대 명장으로 선정된 주인공. 하수ㆍ폐기물ㆍ분뇨 처리를 담당하는 부산환경공단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직원을 격려하고 그가 가진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급할 목적으로 올해부터 한해에 한명씩 명장을 선정하기로 했다. 전직원의 88%인 기술직 중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기술과 품성이 훌륭한 이를 동료로부터 추천받아 공단 임원, 사업소장과 대학 교수들로 이뤄진 심사위원회가 서류심사ㆍ면접을 통해 이태식씨를 명장에 임명한 것. 지난 85년 상수도본부 전기기술자로 공무원이 된 이씨는 90년 장림하수처리장이 세워질 때 하수도와 처음 인연을 맺고 20년 가까이 하수처리의 외길을 걷고 있다. 적성은 맞았지만 기술이 많지 않았던 그는 퇴근 뒤 전문학원에 다니며 수질환경기사ㆍ폐기물처리기사 등의 자격증을 땄고 인터넷과 책에서 다른 지역, 외국 사례를 찾아보며 하수처리 노하우를 쌓았다.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새로운 공정이 개발되면 모든 시운전이 그의 손을 거치고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선생님 역할을 맡는 등 부산환경공단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이제 이씨는 사업소로 들어온 하수의 탁한 정도와 냄새를 살피거나 물에 손을 넣어보는 정도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짐작하는 ‘하수의 달인’이 됐다. 이날도 부산시내에서 모인 하수를 정화하는 작업이 복잡한 기호와 도표로 표시된 상황판을 주시하느냐 정신이 없는 그는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그렇지 자격이 완화되면 직원 모두가 명장에 선정됐을 것”이라고 겸손해 하며 “축적된 지식을 정리해 신입 직원이 쉽게 하수처리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단계별 교재를 펴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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