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 힘이다] 습도

공기중에 포함 물분자의 양 적정 유지땐 바이러스 막아


감기는 어떻게 걸리는 것일까. 감기가 감기바이러스 때문이고 추울수록 이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한다면 북극의 에스키모들이 감기에 쉬 걸리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답은 습도에 있다. 우리의 코나 기관지 점막은 일정 수준의 수분을 유지하며 촉촉한 상태로 있어야만 냄새도 잘 맡고 먼지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을 걸러 낼 수 있다. 하지만 공기가 건조하면 건조할수록 점막의 역할이 약해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막지 못하게 된다. 여름철에 비해 겨울이나 봄, 가을 환절기의 건조한 시기에 감기가 잘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기 중에 포함돼 있는 물 분자의 양을 우리는 흔히 습도라 부른다. 습도에는 절대습도와 상대습도가 있다. 절대습도란 공기 1㎥ 중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을 g으로 나타낸 것이다. 상대습도는 어느 온도에서 수증기가 최대로 들어갈 수 있는 양을 100이라 했을 때 현재 수증기의 양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R.H.’(Relative Humidity:상대습도)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듣는 습도는 상대습도다. 실내습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의 기관들은 물과 상호작용을 통해 최적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미생물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70% 이하로 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피부에 존재하는 미세한 구멍을 통한 피부자극 및 점막을 통한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30%를 넘는 게 좋다. 30% 이하의 건조한 환경에서는 정전기가 발생하기 쉬우며 정전기가 피부를 자극해 피부가 건조한 사람, 피부병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 노인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반면 습도가 너무 높다면 곰팡이가 왕성한 번식을 하게 되고 포름알데히드 등 집안에서 발생하는 화학성분이 호흡기를 자극할 수도 있다. 라식수술의 성공률도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 일본의 연구결과는 2~3%의 낮은 습도가 요구되는 첨단산업현장 종사 근로자는 피부, 눈, 코, 입 목 등에 불편함을 더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에서 가장 간단한 습도조절 방법은 욕실, 주방과 같이 습기를 많이 발생시키는 곳에 팬을 설치하는 것이다. 건조하다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넓은 생활공간에서 적정습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정확한 습도측정과 습도제어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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