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데쓰 프루프

여자들 무참히 살해하는 스턴트맨 이야기
화려한 자동차 액션등 인상적
60회 칸 국제영화제에 '밀양'과 함께 초청받은 작품


'펄프 픽션''킬 빌'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데쓰 프루프(Death Proof)'가 한국 관객을 찾는다. 지난 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밀양'과 함께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았던 작품. 미국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단짝 감독 로베르트 로드리게스의 '플래닛 테러'와 함께 옴니버스 영화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국내에는 플래닛 테러보다 한발 먼저 선보인다. 플래닛 테러는 11월쯤 국내 극장에 걸릴 예정. 유혈낭자한 여성 복수극 '킬 빌'의 짜릿한 쾌감을 기억하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데쓰 프루프'는 방수(防水)를 뜻하는 워터프루프(waterproof)에서 따왔다. '절대 죽지 않는다'는 뜻. 물론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착한 사내, 정의의 사도로 등장했던 커트 러셀이 오랜 만에 제대로 된 악역을 맡았다. 미국 한적한 시골 바에서 죽치고 앉아 있다가 여자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능글맞은 '스턴트맨 마이크' 역이다. 전직 스턴트맨인 마이크는 '절대 죽지 않는' 자동차 데쓰 프루프를 타고서 사냥감을 노린다. 지방 라디오 DJ 정글 줄리아와 알린, 셰나, 팸이 첫 희생자. 금발의 어수룩한 미녀 팸은 절대 죽지 않는 안전한 차라는 말에 혹해 스턴트맨 마이크의 옆 좌석에 탄다. 하지만 데쓰 프루프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곳은 오직 스턴트맨 마이크가 앉아 있는 운전석 뿐. 천하무적으로 보이던 스턴트맨 마이크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제대로 된 상대들은 만난다. 그의 새로운 사냥감으로 점 찍힌 네 명의 미녀는 결코 만만치 않은 승부 근성을 발휘한다. B급 액션 영화를 사랑하는 쿠엔틴 타란티노답게 B급 영화 고전들에 대한 예찬이 영화 곳곳에서 펼쳐진다. 옛날 동시상영 극장에서나 볼 수 있던 스크래치 화면이 등장하거나 난데없이 흑백 화면이 펼쳐지고 필름이 반복되기도 한다. 물론 감독의 의도다. 마지막 장면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면 2시간 가깝게 지루한 미녀들의 수다를 인내를 발휘해 들어줘야만 한다. 하지만 분명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 캣 우먼과 킬 빌에서 스턴트를 했던 조이 벨이 실명으로 등장해 선보이는 화려한 자동차 액션과 그녀의 마지막 펀치는 단연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9월 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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