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하면된다'

[새영화] '하면된다' 삶의 부조리를 표현한 `조용한 가족'과 궤를 같이하는 박대영 감독의 두번째연출작 「하면 된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관객을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웃음의 세계로 안내하는 코믹잔혹극이다. 사업실패로 차압딱지 붙은 집을 뒤로 하고 달동네 단칸방으로 내몰린 딱한 처지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엽기적인 자극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한바탕 소동뒤에 밀려오는 페이소스를 적절히 안배하고 있다. 거나하게 술이 오른 가장 병환(안석환)이 길가에 주차돼 있는 트럭뒤에서 볼일을 보다 후진하는 트럭에 치여 뜻밖의 뭉칫돈을 움켜쥔 것이 계기가 돼 아내 정림(송옥숙), 딸 장미(박진희), 아들 대철(정준)이 모두 나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재산불리기에 혈안이 된다. 그런 시도가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자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갖게 된 병환네 가족은 내친 김에 뭔가 낌새를 채고 접근해온 남자 충언(박상면)과 먼 친척 광태(이범수)까지 `영입'하는 과감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점차 돈이 주는 안락함에 길들여진 이 가족은 반인륜, 반윤리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거를 내세우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잔혹함이 이성적인 판단의 한계를 넘고 있음에도 비명을 지르게 하거나 잔인해 보이기 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처럼 보인다. 웃음 뒤에 씁쓰레한 느낌을 남기는 것은 돈에 혈안이 돼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박대영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의 조감독 출신이다. 웃음과 슬픔을 조화롭게 배치해 놓은 그의 장기는 이런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8일 개봉. 입력시간 2000/10/23 17:08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