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손해 정부책임 통감" 金대통령 송년간담회 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를 갖고 금년 한해동안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결의를 다졌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나라 형편이 어려운 지경에 도달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엄동설한에 고통받는 서민과 근로자, 중소기업에 계신 분들을 생각할 때 그야말로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고 가정이 파괴되거나 올데 갈데 없는 상황이 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정말로 죄스런 생각을 금할 수 없는 심경"이라며 "그 원인은 미국경기의 침체, 정치적 불안, 여러가지 심리적 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대책을 잘 세웠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정부는 만난을 무릅쓰고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기업ㆍ금융ㆍ공공ㆍ노사부문 4대 개혁을 다가오는 2월까지 완성해 우리 경제를 다시 힘차게 도약하는 기회를 만들어 내겠다"며 "우리 국민의 역량, 우리 국민의 능력은 이것을 해낼 것이며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국정개혁 구상의 발표 형식과 인적 교체 이외의 국정쇄신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지. ▲관계수석들이 상의를 하고 있다. 발표형식은 기자회견을 할 것인지, 담화 형식으로 할 것인지, 둘을 겹칠 것인지 좀더 생각한 뒤 결정할 것이다.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약속한 대로 내년 초에 밝힐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취임 초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체감민심도 좋지 않은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에 있어서 충분한 대책이 없었고, 주가가 폭락하고 많은 실업자가 나오고 있는 등등으로 민심이 대단히 비판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는대로 정치가 계속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민에게 여든야든 실망을 주는 일이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여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국민의 비판을 받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여야 영수회담과 DJP 회동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으며 최근 정계개편설에 대한 견해는.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내년 초 편리한 시간을 잡아서 만나 국사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좋은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 -개각은 언제쯤 할 생각인지. ▲지금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른 데 신경쓰면 일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일할 사람이 마음을 잡고 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마치 전투에서 돌진하고 있는 부대장을 교체한다, 안한다 하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지금은 그런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고 막바지 개혁을 하는데 전력해야 하며, 이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개각을 하든 안하든 우리 경제는 희망이 없다. 4대부문 개혁에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개각문제를 다루는 것은 유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올 연말이 시한인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작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지금까지의 개혁을 몇점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이 올바른 것은 사실이다. 국내나 국외나 평가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속도나 역점을 두는데 있어서 문제점이 있다. 전반기에 우리 경제에 대해 구조조정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여러 충고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국내에서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4ㆍ4 분기 들어와서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그 충고가 주효했다는 것을 알았다. 국내외의 비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 하나하나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내년에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킬 경기부양책으로 어떤 것들을 구상중인지.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투자한 만큼 세금에서 공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또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 특별한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부품소재와 미래산업인 정보ㆍ생물산업에 대해서도 세제ㆍ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지방경기 활성화를 위한 건설업 부양을 위해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전국적으로 실시해서 노후 불량주택의 개발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임대주택을 5만호 추가해서 중소건설업 경기를 활성화 시키도록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경제에 대한 신뢰다. 국민의 신뢰를 되살려 내는 일이 중요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는데 너무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어렵다고 하는 보도가 많이 되면 더욱 어려워 진다. 어렵지만 하면 된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 무산될 경우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우리에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큰 관심사인데 지금으로 봐서는 큰 기대를 걸 수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도 한반도에 있어서의 대북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한미공조에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미국에 가서 일관된 원칙에 대해 협의하고, 계속 견지해온 햇볕정책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이달초로 예정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이 연기됐는데 이에 따라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연기될 가능성은 없는지. ▲그 문제는 지금은 확실히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평양에서 만났을 때 적절한 시기에 내년중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고, 이에 대해 우리는 명년 전반기에 방문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동교동계가 2선으로 후퇴했는데 이에 대한 감회와 평가, 그리고 권 전 최고위원과의 회동 계획은. ▲그분들이 다른 위치에 있든 없든 변함없이 나라와 당, 저를 도와주고 지지하고 그런 태도를 공개적으로 천명한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참으로 좋은 동지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권 고문과는 가까운 시일내에 만나서 좋은 얘기를 듣고 격려도 할 생각이다. -국민대화합을 위한 구상은. ▲이 문제는 정치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선거때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선거를 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언론계에서도 지역감정을 갖고 하는 정치논의에 대해서는 준엄한 비판을 하는 것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때 돈을 준 것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추궁하지만 국민을 갈라놓는 지역감정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도 그렇고 언론도 관대하다. 황인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