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망 후 유가족의 생계를 염려해 가입하는 종신보험의 판매 건수가 600만건을 넘어섰다. 종신보험에 가입할 만한 30~45세 연령대 2명중 1명이 가입한 셈이고 이제 종신보험은 하나쯤 들어둬야 하는 필수적인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종신보험 가입자들이 항상 걱정하는 것은 정작 자신이 중병에 걸렸을 때 종신보험으로는 큰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종신보험에도 다양한 특약이 있어 암이나 일부 성인병에 걸렸을 때 일정금액의 보험금을 받긴 하지만 이것으로 치료비를 충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CI(중병:Critical Illness)보험은 이런 문제점에서 출발해 탄생한 상품이다.
◇피보험자 사망 전 고액 치료비 지원 =CI보험은 20년 전인 198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리우스 바나드란 의사가 개발했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이 심장관련 중병으로 엄청난 치료비 부담, 실직, 빚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CI보험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CI보험은 중대한 질병(뇌졸중 심근경색ㆍ암ㆍ말기 신부전증 등)이나 수술에 대해 고액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종신보험과 달리 약정한 사망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생존했을 때도 미리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CI보험에서 보장하는 병은 단순히 질병이 아니라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을 의미한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중대한 질병 등으로 인해 아픈 상태, 즉 치명적인 중병 상태일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CI보험은 주로 암, 심근경색, 뇌졸중, 말기신부전증의 중대한 질병진단이나 5대 장기이식수술 관상동맥우회수술 등 중대한 질병의 수술 치료비를 보장하고 있다. 또 이런 경우 지급된 보험금은 치료비 외에 실직에 따른 생활비 또는 신체장애에 따른 간병비, 요양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생명 첫 판매후 인기 급상승=우리나라에서 CI보험을 처음 개발해 판매한 곳은 삼성생명이다. 지난해 6월 시판된 `삼성리빙케어보험`은 국내 최초의 CI보험으로 개발과 함께 3개월간의 독점판매권을 인정 받았다.
삼성생명은 보험상품중 보험료가 가장 비싼 종신보험보다도 보험료가 10~20%가량 더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상품 만족도 조사에서는 종신보험보다 20% 이상 높게 나타날 만큼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실제로 삼성리빙케어 보험은 매월 4만5,000건 정도가 팔려나가 종신보험 판매 실적과 거의 같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시판 후 지난 8월말까지 총 41만건이 판매됐다. 삼성생명측은 연말부터는 종신보험의 판매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상품의 개발자인 박현문 삼성생명 전무는 “국내에 빈발하고 있는 암ㆍ심근경색ㆍ뇌졸중 등에 대한 충실한 보장과 종신보험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 고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리빙케어보험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다른 생보사들도 상품개발을 서둘러 동양생명과 뉴욕생명이 이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동양생명 `수호천사 명품 CI보험`은 화상과 간질환 등으로 보상이 되는 질병 범위를 넓혔으며 보험료도 타사 CI보험보다 10~15% 가량 저렴하다.
이후 금호생명과 AIG생명, 대한생명과 SK생명이 잇따라 CI보험을 선보였다. 대한생명의 `대한사랑모아CI보험`의 경우 한건 가입으로 배우자는 물론 자녀까지 보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SK생명의 `OK! 슈퍼케어종신보험`은 종신보험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CI보험에 가까운 상품. 특히 이 상품은 다양한 특약을 부가해 특정 질병에 걸렸을 때 200만원부터 2,000만원까지는 사망보험금과 관계없는 보험금을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이 달 들어서도 CI보험 개발이 이어져 흥국생명이 `메디케어CI보험`을 지난 1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교보생명도 다음달부터 이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