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달이 갓 지난 한나라당의 `최병렬 체제`가 불안하다. 대외적으로는 경제와 민생에 역점을 두는 정국운영 기조와 산업현장 방문, 네티즌 접촉강화 등 당 이미지 개선노력이 점수를 얻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대북송금 특검법 혼선으로 체면을 구긴 최 대표는 지난 주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 재의(再議)를 포기하겠다고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입장을 번복, 또한번 망신을 당했다.
28일 운영위원회의에서는 여성에 30%를 할당토록 돼 있는 당헌 규정을 어긴 공천심사위 구성안을 내놓았다가 일부 위원과 2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끝에 물러섰다.
게다가 대표경선 과정에서 패인 서청원 의원과의 감정의 골이 여전하고, 이회창 전 총재와의 관계도 미묘하다. 최 대표는 30일 “당에 비주류가 있는 게 정상”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리더십을 지탱해줄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것만은 틀림 없다.
대다수 의원들은 “최 대표가 철처히 분권화한 지도체제속에서 과거와 같은 대표의 권한을 행사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한다. 현안에 대해 다른 의원의 의견을 듣고, 또 설득하는 정지작업 없이 `옳다` 싶으면 그냥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또 최 대표의 다변과 직설적 화법, 서 의원 등 비주류 포용에 대한 소극적 자세 등을 문제 삼는 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의원들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지 않고, 대선 후보도 아니라는 이유로 만만히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당내에는 재통과 가능성이 전무한 특검법 재의 문제나, 8개 사고지구당 조직책 선정에 역할이 국한되는 공천심사위 구성문제는 대표의 체면을 감안해 그의 생각을 수용했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 3선 의원은 “이회창 총재 시절 같으면 아무 것도 아닐 일에 사사건건 덤벼드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며 “의원들도 일단 대표의 권위를 인정하는 쪽으로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원래적 의미의 리더십과 당헌상 리더십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새 당헌에 따른 새로운 리더십이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