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네이터’ 1등공신 ‘마리아 슈라이버’

“남편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방송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앞으로 캘리포니아 소식을 다루기는 쉽지 않겠지요.”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56)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아내인 마리아 슈라이버(48)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슈라이버는 미국의 지상파 방송인 NBC에서 1986년부터 기자와 앵커로 활약해 온 언론인. 최근까지 `데이트라인 NBC`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남편이 출마한 직후 무급 휴가를 내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슈라이버는 미디어를 잘 아는 장점을 활용해 남편의 유세를 배후에서 지휘했고 특히 유세 막판에 슈워제네거가 30년간 할리우드 여성들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불거졌을 때도 꿋꿋하게 남편에 대한 믿음을 과시해 지지율 하락을 막았다. 슈워제네거는 8일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나오자 마자 아내를 바라보며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표를 얻었는지 알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슈라이버에 대한 관심은 미국인들이 최고의 명문으로 여기는 케네디가(家)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을 지낸 존 F 케네디,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 현 상원의원 에드워드 케네디가 외삼촌이고, 아버지 서전트 슈라이버는 72년 대통령 후보 조지 맥거번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출마한 바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민주당 가문에서 사위인 슈워제네거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자 아내 슈라이버를 제외한 케네디 일가는 지지를 거부했다. 슈라이버는 원래 정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주지사 선거 출마설이 나돌 당시 슈워제네거는 “아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을 정도다. 슈라이버는 슈워제네거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정계에서 나를 가능한 한 멀리 데려가 줄 사람을 (결혼 상대자로) 찾으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86년 결혼해 2남 2녀를 두고 있다. 그녀의 방송 복귀를 기다려 온 NBC의 뉴스 책임자 닐 샤피로는 8일 “슈라이버는 앞으로 캘리포니아 정치나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정책 결정에 관련된 일은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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