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조석래(오른쪽) 효성 회장이 지난달 말 열린 전경련 총회에서 강신호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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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재계 수장으로 추대된 조석래 효성 회장은 난파 위기의 ‘전경련’호를 재계 구심점으로 바로 세워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안게 됐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19일 회장단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회장이 지난 2월27일 전형위원회에서 전경련을 키워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며 조 회장의 의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그런 조 회장인 만큼 마음껏 경륜을 펼쳐 전경련의 위상과 역할을 드높이기를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이 넘겨받은 전경련의 현재 모습은 과거 고도성장기 경제발전의 한 축을 자임했던 힘 있는 전경련과는 거리가 멀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전경련 무용론이 등장할 정도로 존폐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존재에 대한 위기감을 전했다. 그만큼 전경련의 존재가치를 정립할 새로운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의 가장 큰 숙제는 전경련에 대한 비전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오랜 전경련 활동경력을 생각하면 그는 ‘준비된 회장’으로 볼 수 있다”며 “치밀하고, 꼼꼼한 성품을 발전적으로 살려내 출범 직후부터 전경련을 개혁 분위기로 이끌어가기를 희망한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금은 투명성이 우선시되는 민간 주도의 경제체제로 바뀐 만큼 (전경련도) 변화된 시대상황에 걸맞은 재계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의 힘 있는 대변기구이자 명실상부한 시장경제의 파수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회장 추대과정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재계의 내부 갈등과 알력을 치유해야 한다는 점도 관건이다. 조 회장이 지휘권을 잡은 후 상당 기간 전경련 활동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4대그룹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주목되는 이유다. 재계의 단합된 힘이 있어야 강한 전경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경련을 향한 주된 비판의 하나가 ‘허수아비 재계 본산’. 대정부 관계에서 계속 밀리기만 할 뿐 제대로 경제계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거나 관철시키지 못해왔다는 지적이다. 4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 들어 재계 총수들이 대거 사법처리되면서 대등한 목소리를 못낸 측면이 있다”며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경련은 기업관련 정책뿐만 아니라 국가적ㆍ사회적 이슈에 대해 무능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진단했다.
재계 수장으로서 당당한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크다. 이를 반영하듯 재계 관계자들은 “(조 신임 회장이) 수도권규제ㆍ상법개정 등 반기업 정책ㆍ법안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선명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취임사 등에서 어떤 톤으로 무슨 비전을 제시할지 주목된다”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