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국회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3년 묵은 먼지를 조금도 털어내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국민연금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석현)가 제대로 된 논의 한번 벌이지 않은 채 입씨름만 하면서 연말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연금 특위에게 남은 시간은 단 두달.
오는 2월 말까지 특위가 국민연금 개정안의 처리방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특위는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 해산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당연히 국민연금 개혁 문제는 오는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에 집중하게 될 정치권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시한폭탄 국민연금, 개혁 없인 파탄 불가피=지난 1988년 국내에 첫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9년 가입 대상을 도시지역 자영업자에게까지 확대하면서 공적연금제도로서의 틀을 갖췄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은 도입 초기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덜 내고 더 받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로 출발했던 업보 때문에 2047년께 재정이 파탄 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해가 거듭될수록 수급자는 늘고 가입자는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정부는 현재 국민연금의 ‘저부담 고급여’체계를 ‘고부담 저급여’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보험료율을 현행 월소득의 9%에서 2010년부터 5년마다 1.59%씩 인상, 2030년까지 15.9%로 맞추고 대신 연금 수급액은 현행 평생소득의 60%에서 2007년 55%, 2008년부터는 50%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상반기 넘기면 개혁 물 건너 갈 듯=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정안은 햇수로 4년째 표류중이다. 정부안이 한나라당 안은 물론 열린우리당 안과도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현행 국민연금 체계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수급 수준을 50%로 낮추는 데는 동의하나 보험료율 인상은 2008년 이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열렸던 국민연금 특위 2차 회의에서 위원들은 입씨름만 하다가 헤어졌다. 현재로선 3차 회의 일정도 잡혀있지 않아 상반기 내에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재정공공투자관리연구부장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모델이 제시됐지만 그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며 “다만 재정 안정화를 통해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과 불안을 풀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여야 모두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