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간판인 삼성전자를 놓고 외국인과 기관이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은 매수, 기관은 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세로 전환을 시도한 지난 4월28일 이후 외국인은 2조2,285억원 어치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4,00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만약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수준(43만2,000원)을 넘어서는 상승랠리가 이어진다면 외국인이 완승을 거두는 것이지만, 삼성전자가 전고점 돌파에 실패한다면 초지일관 매도로 대응한 기관이 승리를 거두게 된다.
왜 외국인과 기관의 삼성전자에 대한 매매패턴이 극명하게 차이가 날까.
증권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이 외국인과 기관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과 가치로 평가해 볼 때 `고평가`라는 시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거둔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3조8,227억원. 하지만 올 상반기 순이익은 대략 2조1,035억원으로 추정, 지난해의 절반을 겨우 넘을 전망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순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주가가 사상최고가를 넘어설 수 없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유성원 우리증권 주식운용팀장은 “기관투자가들이 펀더멘털에 따른 가치로 접근하고 있어, 요즘 삼성전자의 주가흐름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전혀 다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를 국내 종목으로는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해 순이익을 기준으로 지난 11일자로 평가한 삼성전자의 PER(주가수익비율)은 9.38배. 이는 세계적인 경쟁업체인 인텔(반도체)의 44.92배, 노키아(휴대폰)의 21.34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지난해 적자로 PER 산출이 되지 않을 정도다. 윤중헌 메리츠증권 주식운용팀장은 “미국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지난 2ㆍ4분기부터 IT(정보기술)경기가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며 “외국인의 입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IT기업 가운데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매수타킷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승리한다면 결국 매도했던 기관이 다시 매수에 나서면서 새로운 `버블`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기관이 승리한다면 그동안 사들인 외국인 물량이 매물로 나와 증시에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과가 주목된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