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11월 28일] 도서정가제와 경품규제 폐지

우리나라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란 원칙적으로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 것을 말하는데 두 가지 법률에 근거를 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를 금지하면서 유일하게 출판물(실용도서와 초등학생용 학습참고서를 제외한 출판물)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한다. 재판매가격유지란 생산자가 정한 가격을 도매상 등 유통과정을 거쳐 최종 판매상도 그대로 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또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은 재판매가격유지 대상 저작물에 해당할 때에는 정가대로 판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정가의 10% 할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경품제공 책에 판매 쏠려 폐해 도서정가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프랑스ㆍ독일ㆍ일본 등 16개국이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과도한 할인경쟁을 방지해 출판유통 질서를 확립할 수 있고 저자와 출판사를 안정적으로 보호, 육성할 수 있으며 양질의 다양한 도서를 출판ㆍ보급할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또 소비자에게 가격의 신뢰를 주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도서가격을 유지시켜 전 국민에게 지식ㆍ정보의 접근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한다는 다양한 장점으로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우리의 도서정가제는 지난 1977년에 출판계ㆍ서점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해오다 2002년 8월 제정된 출판 및 인쇄 진흥법에 처음 명시적으로 규정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현재는 법률 명칭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으로 개정됐다. 요즘 도서정가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에 따라 규제하던 간행물에 대한 경품류 규제가 내년 7월1일부터는 풀리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종전에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허용된 10% 할인 외에 판매가의 10% 범위의 경품류만 제공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무한정 경품제공이 가능하게 된다. 다른 분야의 소비자 경품규제 폐지는 올해 7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으나 간행물에 대한 경품 규제 폐지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령에 동 규제를 도입하도록 하기 위해 그간 1년을 유예해 내년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미 마련된 도서정가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간행물에 대한 경품규제를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출판업계와 오프라인 서점업계에서는 그동안 직접 할인 10%에 추가한 10%의 경품제공으로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중소서점이 갈수록 줄어들고 대폭 할인이 가능한 일부 도서로 판매가 쏠리는 등 여러 폐해가 나타났다며 경품규제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 할인 없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나 현행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허용되는 10% 할인 범위에 경품제공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예스24ㆍ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 업계에는 할인의 폭을 좁힐 경우 업체가 책을 판매할 때 필요한 마케팅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만들고 독자에게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 전체 출판산업의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들은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하며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경품규제를 도입하더라도 현행과 같이 10% 할인에 추가한 10%의 경품제공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서점과 독자 상생의 길 찾아야 지식기반사회에서 양서가 많이 만들어지고 이를 국민이 열심히 읽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소통하는 매체인 책을 만드는 출판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제도로 도입된 게 도서정가제다.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서 출판계ㆍ서점계 그리고 독자인 국민이 모두 상생(上生)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롭게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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