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발표된 ‘약가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국 측의 전면 재검토 요구와 우리 측의 반대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협상 중 의약품ㆍ의료기 작업반 협상이 중단됐다. 미 측은 2차협상 기간인 14일까지도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의약품 협상은 상당 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한미 FTA 우리 측 협상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의약품 작업반 첫날 협상이 지난 11일 열렸으나 우리 정부의 약가 적정화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이 반발해 첫날부터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초 11~12일 이틀간 의약품 협상이 예정됐는데 미국 측이 오늘도 협상에 불참했다” 며 “2차협상 기간 동안 미 측이 복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약가 적정화 방안의 핵심으로 오는 9월부터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실시하기로 해 일정 기준의 가격에 비해 효능이 좋은 약만 보험급여를 적용, 건강보험 재정의 30%를 차지하는 약가를 줄여가기로 했다.
그러나 “미 측은 포지티브 리스트가 자국 제약사의 신약 판매를 현격히 제한할 것을 우려하며 이를 재검토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협상단 관계자는 전했다.
웬디 커틀러 미 측 수석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문제에 긴 시간을 할애하며 “한국이 밝힌 포지티브 리스트는 (미국 제약회사의) 혁신적 신약을 차별하게 될 것이며 그럴 경우 한국의 환자들과 의사들이 신약에 대한 접근 기회를 가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커틀러 대표는 “특별히 설립한 의약품ㆍ의료기기 작업반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들이 다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가 적정화 방안과 관련한 의약품 이슈는 양국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분야여서 향후 협상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3일째를 맞은 한미 FTA 2차협상은 의약품을 제외하고 투자ㆍ서비스ㆍ자동차 작업반 등 다른 분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