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주자들 돕는 베트남 '투잡스족'

인천 남동공단 내 화장품 회사에서 해외마케팅 겸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는 베트남 여성 누엔 지미(28)씨는 ‘투잡스족’이다. 지난해 1월 성균관대에서 의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매주 일요일 서울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상담봉사를 하고 있는 누엔씨는 하루에 3~4명을 만나 외국인 이주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준다. 그를 찾아온 베트남 여성들의 이야기는 시어머니의 폭행을 견디지 못해 임신한 채 가출한 사람, 한국인 남편이 딴살림을 차려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은 사연 등 다양하다. 누엔씨는 마음 아픈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준다. 재작년 한국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직후 이혼당해 ‘씨받이’ 논란을 일으켰던 베트남 여성 투하(24ㆍ가명)씨도 그의 상담 고객이었다. 이 센터에서 일하는 유일한 외국인 상담가인 누엔씨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가끔 전화를 붙잡고 하염없이 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누엔씨는 피해자들에게 법적 권리를 설명해 주고 가족이나 직장에 전화를 걸어 문제해결을 촉구하면 통화를 거부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털어 놓았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는 그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주는 게 아니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의 김준식 관장은 “누엔 씨는 앞으로 한국에서 법조인이 돼 외국인 이주자들을 돕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며 “이들이 있기 때문에 다문화 한국 사회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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