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채권·주가 악순환의 연결고리

투기세력 가세·경상수지 적자…환율 2년만에 최고
스와프베이시스도 확대…은행 자금조달 '발동동'
금융당국 적절한 대책 없으면 파장 '예측불허'


환율·채권·주가 악순환의 연결고리 투기세력 가세·경상수지 적자…환율 2년만에 최고스와프베이시스도 확대…은행 자금조달 '발동동'금융당국 적절한 대책 없으면 파장 '예측불허'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악순환의 연속이다. 가뜩이나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달러가 부족한 외환시장이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투기세력 가세로 원ㆍ달러 환율이 폭등했다. 또 이로 인해 외화자금 조달시장에서는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폭락하고 채권시장에서는 스와프와 연계된 외국인 손절매 물량으로 금리가 급등(채권 값 폭락)하고 있다. 여기에 안정세였던 CD 금리까지 흔들리는데다 칼라일캐피털의 부도설까지 겹쳐 금융시장 혼란이 극도로 심화되는 분위기다. ◇공포스러운 환율 폭등세=지난달 말 936원까지 밀렸던 원ㆍ달러 환율이 10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982원을 넘어섰다. 무려 46원가량 치솟은 것. 환율이 10일 연속 상승한 것은 지난 1997년 12월 자율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이라는 반증이다. 환율의 폭등은 경상수지 적자전환과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 감소 등으로 달러가 부족한데다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 증가, 2002년부터 지속된 과도한 원화강세에 대한 반등 때문이다. 특히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상승 용인 스탠스에 힘입어 역외 투기세력이 대거 매수공세를 펼치고 있는 점이 시장심리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헤지펀드들이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에 대해 외환정책 당국자의 스탠스를 확인한 뒤 집중적으로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여기에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템플턴ㆍ피델리티 펀드들이 환헤지를 위해 달러를 매입하고 있는 점도 원화 약세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채권시장 발 빼나=환율 폭등 여파로 채권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환율 폭등은 스와프시장에서 CRS 금리 폭락을 야기시키며 이와 연계된 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게 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는 최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세가 증명한다. 외국인은 이날 무려 6,011계약을 순매도했다. 7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8거래일간 계속 매도공세 중이다. 최근 4일간 순매도 규모만 1만6,000계약을 넘어선다. 현물시장에서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은 재정거래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8조9,000억원, 12월 6조3,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였으나 올 1월 3조4,000억원, 2월 5,000억원으로 매수 규모가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스와프시장이 붕괴되면서 외국인의 보유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해 손절매성 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환차손 위험도 있어 외국인의 재정거래 자금 유입마저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패닉 재연되나=이처럼 환율-채권-주식 시장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금융시장 패닉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신호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스와프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달러가 부족한 스와프시장에서 CRS 금리는 연일 하락하며 이자율스와프(IRS)와의 격차인 스와프베이시스가 대폭 확대,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의 외화 차입이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달러를 조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은행 고금리 특판으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면서 5.17%까지 하락했던 CD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금융권의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CD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은행권의 자금흐름이 전보다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칼라일캐피털 부도설로 금융시장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진 점도 향후 장세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은 지난해 말 금융 대혼란 장세의 축소판과 다름없다"며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금융시장의 충격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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