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주택 임차인도 대지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보장받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등기부등본이 없는 미등기건물은 대지 경매신청인이 임차인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옥탑방이나 불법 다세대주택 등의 영세한 세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여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3부(최은수 부장판사)는 9일 미등기주택 임차인 전모(35)씨와 엄모(33)씨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자신들이 살던 미등기주택의 대지 경락대금 1억300만원 중임차보증금 액수만큼을 우선 배당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매나 공매가 불가능한 미등기주택 임차인은 건물은 물론, 대지에 대해서도 우선변제권이 없다는 견해가 있지만 미등기건물이나 무허가건물이라도 대지까지 포함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거용 건물'로 보고 대지에 대해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대지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임대차기간이끝난 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는데 이는 사회보장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주택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경우 담보대출 은행이나 경매법원은 등기부등본 외에 실제 임차인을 파악해야 하는 불편이 있겠지만 금융기관들은 담보대출시 등기부등본만 보지 않고 감정기관 등을 통해 임차인의 존재를 파악하는 게 현실이고 경매법원 편의를 위해 임차인을 보호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원고들은 임모씨의 미등기 다세대주택에 각각 3천500만원과 3천3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확정일자까지 받아 입주했지만 임씨에게 대지를 담보로 2억4천만원을 빌려준 기업은행이 대지를 경매에 부쳐 1억300만원의 낙찰대금을 모두 받아가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