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 신입사원들이 9일 극기훈련 종착지인 하조대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풍선을 날리고 있다. |
|
| 기업은행 신입행원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신설점포를 홍보하는 '길거리마케팅' 을 펼치고 있다. |
|
새내기 행원들이 선발과정만큼이나 어려운 연수 프로그램을 거치며 ‘한 식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은행권의 신입행원 연수 프로그램이 단순한 직무교육에서 팀워크를 높이는 극기훈련을 넘어 은행의 핵심가치와 경영방향을 몸소 배울 수 있는 ‘체험식 프로그램’으로 진화하는 등 다채로워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오는 2월16일까지 신입행원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독특한 신입행원 선발 과정만큼이나 톡톡 튀는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첫 3주간은 신입행원들이 은행의 핵심 가치인 ‘고객ㆍ도전ㆍ인재ㆍ정직’을 체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중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위홀릭페어(We-Holic Fair)’. ‘우리에게 빠져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홀릭은 각 팀들이 교육기간 중 가상의 은행을 만들어 은행의 비전, 신상품 개발, 홍보전략, 인재양성 전략 등 주어진 7가지 과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29일 신입행원들은 본점에 설치되는 부스를 통해 임원들에게 자신들이 세운 은행의 전략을 보여주고 핵심 가치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이상철 HR운용팀 기획채용파트장은 “실질적인 업무는 지점에 배치되면서 바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하고 소속감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열정ㆍ창의ㆍ도전’이라는 핵심가치를 배우는 동시에 ‘가족적 문화’를 느끼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업은행의 연수 프로그램은 직무교육의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해 12월26일 시작돼 2월9일 끝나는 7주간의 프로그램은 소속감을 높이고 은행의 핵심가치를 체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신 직무교육은 배치 후 한달 뒤에 별도로 받는다. 기업은행 연수 프로그램 중 제주도 한라산 등반은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극기훈련 프로그램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기차와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향하는 여정에서 신입행원들은 각 지방 지역본부의 환영을 받으며 선배들과 끈끈한 ‘스킨십’을 나누게 된다.
선배들의 환영에 부응해 신입직원들은 연수기간 중 신설 점포를 찾아가 직접 홍보를 펼치는 ‘길거리 마케팅’을 주도하게 된다. 23일과 24일 기업은행 신입직원들은 가산 패션타운점과 양재역 지점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홍보 프로그램을 직접 마련해 노래와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중국 지점을 방문해 중국에 진출한 거래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 기업은행의 역할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김은희 인력개발부 차장은 “기업은행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며 “감동적이었다는 피드백을 보내주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은행도 3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8주간 진행되는 교육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식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입행원들이 업무를 익히는 동시에 국민은행의 핵심가치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천안 연수원에 마련된 모의 영업장에서 신입행원들은 ‘창구응대통합실습’을 통해 실제 영업점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적응력을 키우게 된다. 과거에는 은행의 여ㆍ수신업무 등을 익히는 것이 주된 프로그램의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은행이 중점을 두고 있는 ‘고객만족’을 직접 배울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로 고객을 성공적으로 응대하는 훈련까지 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 구성원이 되는 만큼 3일부터 5주 일정으로 시작된 연수 프로그램에서 새 식구들이 농업과 농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농산물 판매훈련과 한국 농촌의 현실과 비전 등을 공부하는 과정은 농협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20일 신입직원들은 고양ㆍ창동ㆍ양재동 하나로클럽에서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농산물 판매훈련에 나선다. 일련의 교육과정을 통해 신입직원들은 농협인으로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