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예상을 훨씬 웃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말로만 판교 분양가를 잡겠다고 큰소리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를 좌지우지하는 택지를 비싸게 공급해 놓고도 분양가 억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분양 예정인 판교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1,200만~1,300만원 선에 달할 전망이다. 이 수치는 원가연동제 적용에 따라 업체들이 땅값에 기본 공사비 등을 더해 산출한 것으로 정부가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호언장담한 850만~1,000만원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850만원→900만원→1,000만원” 말 바꿔= 정부가 판교 신도시의 분양가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2003년 12월이다. 당시 건교부 신도시기획단장은 “토지보상과 택지조성 비용 등을 감안하면 택지공급 가격은 평당 600만~800만원이 되고 여기에 건축비와 건설업체 이윤 등을 합하면 적정 분양가는 평당 85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이 때도 건설업체들은 땅값이 평당 800만원이고 용적률 150%가 적용되면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건교부가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분양가를 끼워 맞추려 한다는 비판이었다. 판교 발(發) 집값 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던 올해 2월에는 말이 조금 바뀌었다. 주택국장이 나서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25.7평 이하 주택의 평당 분양가는 900만원 안팎으로 예상한다”며 “택지공급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져도 1,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형 평형의 경우 아예 평당 1,500만원 대로 묶도록 ‘특별관리’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방침은 25.7평 이하 택지공급 가격이 당초 예상을 넘는 평당 850만~1,054만원으로 정해진 올 5월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판교 25.7평 이하에 대해서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분양을 3개월 여 앞둔 12월 현재 판교 중소형 분양가에 대한 건교부의 입장은 ‘없음’이다. 건교부 주거복지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특정지역의 분양가가 얼마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판교의 적정 분양가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땅값 너무 비싸 1,200만원 이하는 곤란”= 판교 중소형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주택건설 업체들은 땅값이 너무 비싸 평당 1,200만~1,300만원은 돼야 사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미 확정된 땅값이 최근 들어 갑자기 비싸진 것도 아닌데 적정 분양가가 정부의 예상과는 200만원 이상 격차를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 계산대로 평당 1,000만원에 분양되면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3억2,000만원이지만 업계 주장대로 1,300만원이 되면 아파트값은 4억1,000만원이 넘는다. 서민을 대상으로 공급하겠다던 신도시의 중소형 아파트가 강남권을 제외한 웬만한 서울시내 아파트보다도 비싸게 되는 셈이다. 건설업체들은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판교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 아파트를 짓더라도 건축비와 가산비용을 합쳐 평당 최소 500만원은 드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기본형 건축비 339만원에 별도의 지하층 건축비, 각종 가산비용을 합친 액수다. 여기에 용적률을 적용한 판교 땅값 680만원만 더해도 최소 분양가는 1,18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경사가 심한 사업지의 경우는 공사비가 추가돼 평당 분양가 1,300만원을 넘는 곳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주택업체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 계산이 최근 들어 달라진 게 아니라 땅값이 결정됐을 때부터 이 정도 계산은 나왔다”며 “원가연동제 하에서는 땅값을 바탕으로 분양가가 뻔히 정해지는데도 정부와 시민 단체들이 실시계획 도면도 없이 대충 900만~1,000만원 대의 분양가를 정한 뒤 무조건 맞추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원가를 낮추려면 건축비 규제로는 어렵고 택지비를 내려야 한다”며 “정부가 국민여론을 의식해 판교 분양가를 1,000만원에 묶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애초에 땅값을 훨씬 싸게 공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