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 재정위기 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명확한 위기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한편 유럽 위기 확산에 따라 제2의 금융위기를 사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은 유럽 위기 등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라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도 존재해 당분간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을 공고히 하고 고용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말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금리인상 논리에 맞서 아직은 인상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까지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남유럽발 위기를 거시경제 정책의 위기요인으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발표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이어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외화 유동성 점검 자료에서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국내 은행과의 외화 핫라인을 재가동해 외화차환율 등을 일일 점검한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향후 일일 점검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여건이 악화될 때는 시장상황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방침이다. 겉으로는 시장에 대한 구두경고 수준이지만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남유럽 재정위기에도 다행히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지난 2008년과 같은 위기의 전염이 재연될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는 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정책과 금융정책 수장들이 남유럽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위기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무분별한 자본 유출입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나타나는 외화 유출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실제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500억달러의 외화가 빠져나가며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고 남유럽 재정위기에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친 이달 들어서는 4조3,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진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대외 불안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마음 졸이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내 외화유동성 부문에 문제는 없는지, 추가로 필요한 대비책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자본 유출입에 대한 대응책은 단기와 장기, 국내와 국제 공조로 나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은행의 과도한 선물환 매도에 대한 제한조치다. 선물환 매도가 단기외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만큼 기업들의 선물환 거래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도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규모가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나거나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설 경우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해 말 기업들에 대해서는 선물환 거래규모를 실물거래의 125%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지난 18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응할 수 있는 개별 국가의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해 국내 시스템 보완을 예고했다. 장기적으로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bank levy)와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오는 11월 정상회의에서 결론을 내려 글로벌 공조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방침이다. 진 위원장은 "신흥국 입장에서는 금융안전망이 없다면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쌓고 환율을 통제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제적 무역불균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세계경제라는 '파이'를 줄이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대부분 신흥국에 굉장한 호응을 얻고 주요 선진국도 호응하고 있어 11월 G20 정상회의 때 진전이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역내 금융협력망 구축을 시작으로 다자간 통화 스와프 등을 발전시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할 경우 방어막을 친다는 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