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 회장이 먼저 정상회담 타진 수사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11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지난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 유럽 4개국 순방에 즈음해 청와대측에 남북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유럽 순방에 즈음해) 정 회장이 정상회담이 가능하게 됐다는 내용을 타진해왔으며 김 전 대통령은 북측과의 예비접촉 파트너로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정해 싱가포르로 보냈다”고 말했다. 박 전 실장은 당시 유럽 순방단에 포함되지 않고 국내에 머무르다 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2000년 3월9∼11일 싱가포르를 급거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실장의 변호인인 김주원 변호사는 “남북관계에 문외한이었던 박 전 실장은 김보현 당시 대북전략국장 등과 함께 싱가포르 예비접촉에 참석했다”며 “북측과 상견례를 겸한 첫날 회담에 정 회장도 참석, 정 회장이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우리측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별팀은 13일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다음주 초 박 전 실장을 잇따라 소환, 정 회장을 통해 북측으로부터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받고 회담준비에 착수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정 회장과 함께 김윤규ㆍ김충식씨 등에게 2000년 6월 북 송금을 지시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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