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개인연금 조화 네덜란드식 제도 한국에 적합"

"국민·기업·개인연금 조화 …"노후설계 기반" 연금개혁은 선택아닌 필수
강력한 법률적제도 필요·정치 개입 없어야…가입자 수급권한·혜택보호등이 성공 요건

[연금제도 개선] 네덜란드식 제도 한국에 적합 "국민·기업·개인연금 조화 …"노후설계 기반" 연금개혁은 선택아닌 필수강력한 법률적제도 필요·정치 개입 없어야…가입자 수급권한·혜택보호등이 성공 요건 '국민ㆍ기업ㆍ개인연금이 잘 조화된 네덜란드식 연금제도가 한국에도 적합합니다.' 내년 7월 시행될 예정인 기업연금제도를 두고 노사간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자산운용협회가 연금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24일 오후4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기업연금 세미나-해외현황 및 국내 진행경과와 전망'에는 200여명의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연금제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해외 현황에 대해 발표한 얀 나이슨(Jan Nijssen) ING그룹 연금사업 부문 회장은 "네덜란드와 폴란드식 연금제도가 한국에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고 전제한 뒤 "이 가운데 국민ㆍ기업ㆍ개인연금의 균형이 잘 잡힌 네덜란드식 3층 시스템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일본ㆍ프랑스ㆍ스웨덴ㆍ스위스ㆍ영국 등의 모델이 소개된 적은 많지만 네덜란드의 기업연금제도가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슨 회장은 28년간 기업연금 분야에서 일해온 국제전문가로 지난 2003년 7월 이후 ING그룹 연금사업 부문 회장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나이슨 회장의 발표내용. ◇연금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노인들이 편안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금개혁이 꼭 필요하다. 정부와 젊은 세대가 짊어질 부담도 줄여줘야 하고 정부가 혼자 떠안는 짐을 기업과 개인도 나눠 져야 한다. 채권과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연금개혁은 필수다. 균형잡힌 연금시스템에는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강력한 법률적 제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연금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납입하는 돈에 대한 세제혜택, 그리고 안정적인 연금운용과 이를 위한 자본시장의 발전 등은 좋은 연금제도의 기본전제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3층 시스템이 선호되고 있지만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한국의 현실에는 네덜란드식 3층 구조 또는 폴란드식 연금모델이 적합하다. ◇네덜란드 연금 시스템 바람직=네덜란드식은 1층 국민연금에 50%, 2층 기업연금에 40%, 3층 개인연금에 10%를 각각 배분해 안락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이를 위해 15세에서 65세의 네델란드 국민은 돈을 벌든 안 벌든 무조건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했다. 운용방식은 현재 가입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둬 현재의 노년층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PAYGㆍPay-as-you-go)이다. 돈을 내는 사람은 세금혜택을 받고 돈을 받는 사람은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연금은 기업이 종업원을 대신해 납입한다. 기업은 연금납입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종업원은 월급에서 일정액을 감한다. 불입은 적립식으로 꾸준히 납입해야 하며 일시불은 불가능하다. 이월하는 것도 안된다. 펀드는 회사 밖에 있어야만 한다. 종업원이 받는 연금 수급권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돼 있다. 네덜란드는 현재 전체 근로자의 95%가 기업연금에 가입했다. 이중 90%는 연금펀드나 업종별 펀드를 통해 가입했고 10%는 직접 보험에 가입했다. 근로자들은 ▦750개의 연금펀드 ▦80개의 업종별 펀드 ▦보험 중 선택할 수 있다. 납입한 돈은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다. 개인연금은 고소득자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받는 연금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지만 면세되는 상품도 있다. 가령 생명보험ㆍ부동산 연계상품ㆍ뮤추얼펀드ㆍ은행 등을 통해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납입하는 돈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은 못 받지만 받는 돈에 대해서는 면세혜택이 주어진다. ◇기업연금의 성공요건=연금제도의 2층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연금이 성공하려면 가입자에게 ▦세제혜택 ▦상품 선택권 ▦상품에 대한 교육 ▦개인계좌 보유 ▦정부ㆍ고용주ㆍ채권자 등으로부터 수급권한과 혜택에 대한 보호가 꼭 필요하다. 연금을 운용하는 회사도 ▦합리적 기준만 갖추면 운용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수수료 등도 자유롭게 정하고 ▦수탁ㆍ보관ㆍ행정관리ㆍ운용ㆍ판매 등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에 정치적 개입이 없어야 한다. 모든 거래는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수익률이 낮은 다른 사회보장이나 인프라를 위해 연금을 사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입력시간 : 2004-06-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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