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등 빅3 '덩치키우기' 빠른움직임에 자극은행장들이 "합병해서 덩치를 키우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병 국민은행이 조직을 추스르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데다 우리금융 산하 한빛ㆍ경남ㆍ광주은행도 통합을 추진하는 등 마침내 '공룡'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데 대한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또 시장에 '합병의지'를 밝혀두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과 함께 진행 중인 합병 협상이 더이상 '비밀'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원인인 듯 보인다.
■ 하나은행도 합병 추진 공식화
신한금융지주사가 지난 11일 한미은행과의 합병 협상을 공식화한 데 이어 12일에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는 자산규모가 100조원 이상은 돼야 한다"며 "(파트너가) 제일은행이든 어디든 연내에 합병을 꼭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합병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어느 은행과도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제일은행과의 합병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다른 은행과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른 은행에 대한 조사ㆍ분석도 마쳤다"고 덧붙였다.
또 "금융환경이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기다릴 수 없어 합병을 선택한 것"이라는 배경 설명과 함께 "합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이밖에 "제일은행과 합병할 경우 자산규모가 90조원에 달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협상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은행권 '빅3' 동향에 위기감
김 행장이 이처럼 강한 톤으로 합병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평소 스타일로 볼 때 마음먹고 시장에 '광고'를 한 것 같다.
제일은행과의 합병 협상이 여러가지 문제로 벽에 부딪치자 합병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제일은행에 대해서도 '길게 끌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사, 신한금융지주사 등 은행권의 '빅3'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깔려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9월 전산통합과 함께 대대적인 '시장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태 행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시티은행과 비견될 만한 은행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빛은행도 평화은행에 이어 경남ㆍ광주은행을 통합하게 되면 본격적인 시장점유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사는 굿모닝증권 인수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은행장들은 이렇게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데 뒷짐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중압감에 초조해 하고 있다.
■ 조흥은행, 합병ㆍ지주사 설립 병행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매금융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합병을 추진하겠지만 지주사 설립도 동시에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언급이기는 하지만 "합병에 대해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좋은 기회와 가격이 주어진다면 언제든 합병할 자세나 준비는 돼 있다"는 말과 함께 "(합병 대상으로) 서울은행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 "현재 카드사 매각 등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은 결국 은행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수익을 높인다는 취지"라며 "기존의 고객 데이터 베이스 공유를 통한 교차판매 등으로 유사업종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지주사 설립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 행장은 최근 신한ㆍ한미은행간 합병 추진에 대해 "한미은행이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계속 추진하는 것을 보면 한쪽(신한은행)은 급한데 다른 한쪽(한미은행)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화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