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일부 공개 의미와 파장 표준건축비 산정고시 분양가 부풀리기 제동 연간 건축물량 20%선 10만가구 적용 받을듯 주택품질 저하·투기등 부작용 대책 세워야
입력 2004.07.14 17:14:32수정
2004.07.14 17:14:32
정부와 여당이 공공택지 내 아파트에 대해 원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일부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1년여를 끌어온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정이 잠정 확정한 분양가 공개방안은 주택업체가 요구해온 경영비밀 보장과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알 권리를 적정한 선에서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원가연동제 실시에 필요한 표준건축비 산정과 분양가 공개내역 폭, 그리고 실시시기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이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이 살아 있는 상태다.
◇분양가 하락 등 일대 변화 불가피=당정 합의대로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주택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아파트 가격 하락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채권입찰제 및 원가연동제, 분양가 주요항목 비용 공개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연간 주택건설 물량(약 50만가구)의 15~20% 정도인 8만∼10만가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교통부는 원가연동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의 경우 단기적으로 분양가가 지금보다 20% 정도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가연동제 실시를 위해 건교부는 건설업체ㆍ전문가ㆍ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표준건축비산정위원회’를 구성, 연도별 또는 분기별로 각 항목별 표준건축비를 산정해 고시하게 된다. 표준건축비는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아파트에만 적용되지만 민간 아파트 분양가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어 향후 주택공급시장에 메가톤급 효과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표준건축비가 결정되면 주택업체의 분양가 부풀리기 관행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영활동이 투명해져 비자금 등 뒷거래 관행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업체의 입장에서는 원가연동제와 함께 원가내역을 공개하게 되면 비용절감 노력까지 낱낱이 공개할 수밖에 없어 기업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형 건설업체와 경쟁을 벌여온 중견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여론의 눈총을 피할 수 있는데다 원가연동제를 통해 적정 수준의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품질저하 등 부작용 최소화해야=전문가들은 분양원가의 부분공개가 또 다른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원가연동제가 과거와 같이 획일적으로 적용될 경우 자칫 ‘낮은 품질의 획일화된 주택’을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막기 위해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고 단지 특성, 건축양식,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옵션기능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분양원가 부분공개와 원가연동제로 신규 공급가격이 주변시세보다 낮아지면서 발생할 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청약조건 및 공급조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분양이 개시된 동탄 신도시를 비롯해 판교ㆍ김포ㆍ파주 등 ‘2기 신도시’가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밖에 원가연동제가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분양가 자율화’로 축소된 공공 주택시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가연동제는 실수요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공급을 늘려 공공 주택시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