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12억시장 활짝 열리나"

GE, 월마트, 보잉 등 12억 신흥 시장에 군침

보잉ㆍ월마트ㆍGE(제너럴일렉트릭) 등 미국을 대표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과 인도의 정치적 해빙 무드에 신이 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지난 1998년 인도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가 ‘거의 특수 관계(amost-special relationship)’수준으로 격상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인도 시장 진출도 한결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외국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영업 활동이 어려워진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고 있던 터라 자국 정부와 12억 인구의 신흥경제국의 관계 개선을 쌍수를 들고 반기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짐 맥너니 보잉 CEO는 이날 뭄바이 공항에 직접 나가 오바마 대통령을 영접했다. 보잉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인도 스파이스 항공에 77억 달러 규모의 제트여객기 30대를 판매하는 기회를 잡았다. 경쟁사인 에어버스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방문 덕분에 중국에 140억 달러 규모의 여객기를 팔 수 있게 된 것과 맞먹는 성과다. 보잉은 또 중국 군사력을 견제하려는 미국 행정부가 인도에 대한 첨단 무기 수출을 허용할 경우 군수물품 계약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공략에 나선 월마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인도 유통시장의 빗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유통 시장은 12억 인구를 바탕으로 잠재력이 아주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인도 정부가 자국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미 유통업계의 인도 진출은 그 동안 번번히 무산돼 왔다. 월마트는 미ㆍ인도 관계 개선으로 빗장이 풀리면 단숨에 인도 전역에 수백 개의 점포를 오픈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경쟁자 까르푸에 밀리는 굴욕을 당했지만 인도 시장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지난 해 중국 유통시장에서 까르푸는 3위, 월마트는 6위였다. 나라야난 라마스와미 KPMG인도 책임자는 “인도 유통시장 규모는 중국 바로 다음”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유통 업체의 확장 계획에 큰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리 이멜트 GE CEO는 인도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중국의 자국기업 보호와 외국기업 규제에 대해 쓴 소리를 늘어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GE는 이미 지난 달 인도에서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화력 발전소 설비를 수주했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심산이다. 이멜트 CEO는 “인도의 에너지와 헬스케어 시장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며 “GE인도는 연간 30%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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