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가 최저치 행진을 계속하면서 지난해 은행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은행의 민간대출 증가규모도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 예금을 끌어들여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극도로 악화된 된것으로 분석됐다.
6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산업은행 제외)의 총예금 잔액은 510조1천1억원으로 2003년말 대비 5조3천851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CD) 판매 등 시장성 수신을 제외한 저축성예금 잔액은 463조830억원으로 1년새 7조3천565억원이 감소했다.
총예금은 지난 2001년중 50조9천876억원, 2002년중 51조6천278억원이 늘었으며2003년에도 30조7천365억원이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은행권의 예금이탈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
은행에서 이탈한 예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투신사 등으로 옮겨갔으며 각 은행들은 이러한 예금이탈을 막기 위해 연말에 각종 특판예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으나 예금 감소 규모를 소폭 줄이는 정도에만 그쳤다.
한편 예금은행이 일반대출과 채권.어음매입 등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민간신용 잔액은 작년말 현재 730조8천366억원으로 2003년말 대비 9조5천121억원이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은행의 민간신용은 2001년 63조6천880억원이 증가했고 2002년에는 무려 104조8천455억원이 급증했으며 2003년에도 81조9천5억원이 늘었으나 지난해 증가규모는 전년의 11.6%에 불과한 것이다.
또 가계와 기업을 상대로 한 순수 민간대출 잔액은 549조6천83억원으로 1년 동안 28조2천694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민간대출 증가액은 2002년 99조9천238억원에서 2003년 63조4천866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다시 전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격감했다.
이처럼 민간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대기업의 투자부진과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으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가계의 부채조정이 계속되고있는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하고 기업과 가계에 대한 자금대출도 부진한 상태를 보임에 따라 은행의 핵심기능인 자금중개 기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