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하루 90만배럴 감산”] 세계경제 회복불씨 사그러드나

최근 `환율 쇼크`에 이은 유가 급등으로 자칫 이제 막 일기 시작한 세계 경제 회복의 불씨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하루만에 무려 5%가량 올랐지만 현재 배럴당 28달러대는 올 초 이라크 전 당시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OPEC의 결정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그 시점이 환율 충격이 채가시기 전이라는 점이 충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당장 원유시장에 수급 불안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 북반구 겨울날씨가 예상보다 추울 경우 원유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데다 돌발사태로 인해 이라크의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어지게 되면 유가가 급등, 모처럼 회복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OPEC 전격 감산 배경은=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현 원유 수급 상황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동결이 확실시 됐던 OPEC이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데는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회담에 참석한 이라크 측의 원유 생산 현황과 전망 보고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후세인 정권붕괴 이후 미국 관할하에 놓여 있는 이라크는 그동안 태업과 테러 등으로 인해 원유 생산에 많은 차질을 빚어왔지만 회담에서 드러난 이라크의 원유 생산 증가속도는 OPEC회원국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이브라임 모하마드 바르 알 울름 이라크 과도 정부 석유장관은 최근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일일 평균 180만배럴에 이르고 있으며 내년 3월에는 지금보다 하루 평균 100만 배럴가량 많은 28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번 OPEC의 감산량인 90만 배럴과 비슷한 수치다. 여기에 러시아 등 비 OPEC회원국들이 내년도 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OPEC회원국들이 유가 방어를 위해 미리 선제 공격을 나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일부에서는 이번 감산 결정이 이라크전 이후 유가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미국에 자신들의 `건재`와 `유가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OPEC측의 `계산된 액션`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단기 상승세 탈 듯…경기 회복 걸림돌 가능성도=이번 OPEC의 감산 결정이 예상치 못했던 것인 만큼 단기적인 유가 상승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현재 미국 등의 원유 재고량이 넉넉한데다 OPEC의 예상대로 러시아 등 비 OPEC국가와 이라크의 원유 증산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그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라크가 아직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돌발 변수가 일어 날수 있는데다 OPEC의 일부 회원국들은 12월 4일 열리는 다음 회담에서 추가 감산을 시사,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최근 동반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에 환율 불안요인과 함께 최대 악재로 떠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고유가는 기업들의 생산비 증가와 함께 개인 소비에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 메릴린치 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을 기준으로 기름값이 갤런당 1페니가 오를 때마다 미국인들의 개인 소비는 10억 달러씩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급등 배경이 회복 조짐에 따른 미국내 수요 증가 기대감에 있었던 만큼 고유가로 인해 미 소비가 타격을 입을 경우 전세계 증시는 모처럼 얻은 상승 모멘텀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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