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와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CP) 간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주 내용은 휴대폰 사용자들이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할 때 내는 정보이용료의 수익 배분을 CP에게 유리하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때 관심을 끈 것은 그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동안 이통사가 CP들과의 관계에서 ‘갑’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는가 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정보이용료의 배분 비율. 정보이용료는 최근 3년간 752억원이 줄었다. 현재 이통사와 CP 간 정보이용료 배분 비율은 대략 3:7 정도. 따라서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CP로 가는 정보이용료는 약 530억원 정도만 줄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최근 3년간 CP의 정보이용료 수익 감소액은 763억원에 달했다. 이통사들이 수익 감소의 모든 책임을 CP에게 전가한 것을 넘어서 오히려 이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 발표 내용을 보면 이통사가 콘텐츠 제작비 또는 제작 설비를 지원하는 경우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갈 수 있게 돼 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통사들이 제작비 등을 지원하면서 자신이 부담한 정도의 대가만 가져갔으면 되는데 끊임없이 욕심을 부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투자를 했으면서 속으로는 수익 빼먹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면 연간 700억원 이상의 수익이 CP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이통사가 CP에게 줘야 할 돈 700억원을 자신의 주머니로 챙겨 넣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통사는 끊임없이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을 외쳐왔다. 그러면서 마치 큰 선심이나 쓰는 듯이 제작비나 설비 자금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이 모든 것이 결국 중소기업의 몫을 줄이고 자신의 통장 잔액을 키우려는 욕심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 같다.
이통사와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상생’보다는 ‘착취’에 가깝다는 생각은 기자만이 하는 게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