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소리가 세계적 공연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 받아 성황을 누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난타``도깨비스톰` 등 한국 공연물이 해외축제에서 공연된 적은 있었지만 참가경비를 정부나 공연단체가 부담한 프린지(fringeㆍ비공식 부문) 무대였는데, 이번에는 모든 경비와 출연료가 지급되는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된 터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세시면 어김없이 올려지는 `완창 판소리`를 떠올렸다.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는 종래의 한 부분만 떼어서 하는 맛뵈기식 판소리공연에서 탈피, 각 유파별 완창 무대를 마련해 국악에 대한 이해 및 보급을 높이기 위해 지난 85년 3월 고 허규 극장장 시절에 기획된 상설공연이다. 18년 동안이나 지속되어 온 `완창 판소리` 상설공연 없이 우리 판소리 다섯 마당이 영국의 평론가들로부터 별 다섯이라는 최고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또 오늘날 에딘버러 페스티벌 무대에 공식 초청 받을 수 있었던 김수연(흥보가) 조통달(수궁가) 김영자(심청가) 김일구(적벽가) 안숙선(춘향가) 같은 세계적인 명창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다행히 한국의 판소리가 다가오는 10월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최근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비롯 러시아 등지에서의 활발한 공연활동에 힙입어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아직도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이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이런 이유로 국립극장은 최근에 국립극장 발전 기금을 설립했다. 국립극장을 세계와 한국예술의 소통공간으로, 전통이라는 화두를 기초로 세계성 있는 문화예술을 창조하는 공간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네 전통 공연예술인 판소리도 거부 신재효가 있어 보전이 가능했고, 탈놀이가 면면히 이어져 온 것 또한 거상들이 꾸준히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21세기가 문화의 시대라는 구호만 오랫동안 떠들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문화강국`이라는 브랜드 강화를 위해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의 예술창작에 과감하게 투자할 때다.
<김명곤(국립극장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