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사발은 어떤 걸까" 박종훈 전통사발전시회 8일부터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당신의 밥그릇을 찾아드립니다” 플라스틱속 패스트푸드의 시대, 눈길을 끄는 이 문구는 포스코 미술관에서 열리는 도예가 박종훈 씨의 개인전 주제다. 전통사발 빚기에 천착해 온 단국대 박종훈 교수의 전시에는 백죽일립(伯竹壹立) 즉, 1,000개하고 하나를 더한 천 한 개의 사발이 미술관 가득 자리를 잡고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죽(竹)’은 그릇 10개를, ‘립(立)’은 낱개 그릇을 세는 단위. 작가는 “천은 완전을 의미하는 숫자이지만 나는 거기에 한 개를 더해 작가로서 다시 시작하는 각오와 희망을 다지고 싶었다”며 천 한 개 사발 제작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둥이가 넓은 모양의 우리 그릇을 통칭하는 사발은 흙에 모래나 기타 잡토를 얼마나 섞는지, 입술이 닿는 부분의 두께를 어느 정도로 하는지, 숯가마ㆍ장작가마ㆍ가스가마 등 어떤 가마를 쓰는지 등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하다. 그는 “옛 도공들은 보통 하루에 400개이상을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나는 하루에 200개 만들면 나가떨어지니 장인으로서 나의 공력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 자칭 물레 매니아인 박종훈 씨는 도예의 기본인 물레작업의 대가로 이름이 나있다. 그의 작품은 기본에 충실하고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 투박하면서도 정감이 묻어나는 전통 사발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밥사발부터 중국 황실에서 썼던 금박 입힌 최고급 명품 찻사발까지 장인의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사발이 선보인다. 그는 “옛날에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각기 크기가 다르고 색과 모양이 다른 자기 밥그릇이 있었다”며 “자본의 논리가 앞서 ‘내 밥그릇’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그릇의 주인을 상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무심한 듯 보이는 우리 사발에서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어떤 사발이 나에게 어울릴까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전시는 8일부터 28일까지. (02)3457-1665 입력시간 : 2006/06/04 17:53